누벨바그 주역…추모 물결 잇달아
알랭 들롱 “내 삶의 일부였다.산산 조각난 느낌”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한 시대를 풍미하며 프랑스 국민배우로 사랑받았던 장폴 벨몽도가 88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6일(현지시간)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반세기 동안 프랑스 영화계를 지탱해온 벨몽도는 파리 자택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그의 변호인이 이날 밝혔다.
80편에 달하는 영화에 출연하며 1억3000만장이 넘는 티켓을 판매한 벨몽도는 프랑스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비뚤어진 코 때문에 전형적인 미남형이 아니었기에 배우를 준비할 때 주인공 배역을 따내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지만 외모는 전혀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았다.
그는 장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알랭 레네, 루이 말, 장피에르 멜빌 등 1960년대 프랑스 영화 운동 ‘누벨 바그(새로운 물결)’를 대표하는 감독들과 많은 작품을 함께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다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네 멋대로 해라’(1960)에서 그가 맡은 비운의 깡패 역할은 그를 스타로 만들어놨다.
프랑스 지방의 작은 연극 무대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한 그는 1958년 단편 영화에 출연해달라는 제안으로 고다르 감독과 처음 연을 맺었다.
벨몽도는 이따금 자신이 고다르 감독의 첫 번째 영화에 출연했으며 그의 마지막 영화에서도 연기를 할 것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벨몽도는 예술영화뿐만 아니라 액션 영화, 코미디 영화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고 경찰, 도둑, 신부, 비밀 요원 등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연기자의 삶을 시작하기 전 아마추어 권투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액션 영화에서는 대역을 쓰지 않은 채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벨몽도는 2016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73회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2001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2003년 70세의 고령에도 두 번째 아내와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2번 결혼하고 2번 이혼한 벨몽도는 2010년 43살이나 어린 플레이보이 전직 모델 바르바라 강돌피와 연애를 하면서 화제가 됐다.
벨몽도의 오랜 친구이자 경쟁자로 프랑스 영화계에 함께 큰 족적을 남긴 배우 알랭 들롱은 그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나서 쎄뉴스 방송에 “‘삶의 일부’였던 그가 세상을 떠나 산산이 부서진 느낌”이라고 비통해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남자로서, 연기자로서 그가 보여준 관대함은 영화사에 몇몇 훌륭한 순간들을 남겼다”며 “고맙습니다, 장폴”이라는 글을 남겼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위대한 영웅부터 친숙한 인물”까지 연기한 벨몽도를 “국보”라고 부르며 “우리는 그에게서 우리 모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