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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은 납득 못한다’…현실 동떨어진 ‘정부 집값’
OECD 평균 상승률 못 미쳐
KB국민은행 집계와 격차 커
부동산원 통계 오류도 도마 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집값 상승률이 7.7%인데 한국은 5.4%에 불과하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말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정책실장은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OECD 부동산 통계지도’를 인용해 여당 의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5억원에 산 아파트가 10억원을 넘고, 서울 강남과 용산에서는 평당 1억원 하는 아파트가 속출하는 현실에서 이 말에 동의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한국부동산원이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31% 올라,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래 가장 높았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 들어서만 11.56%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5.29%)의 2배를 넘어섰다.

OECD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국가별 집값 자료에 따르면 이 실장이 언급한 숫자가 틀리지는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종합주택유형 매매가격지수 자료를 정부가 OECD에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토연구원이 자료를 만든 것이다.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한국 집값 5.4% 상승은 2020년 한 해 집값 상승률이다. 집값이 매주·매달 신고가를 새로 쓰고, 또 임대차 2법 통과로 전세 불안도 극에 달했던 2020년을 경험한 국민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인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주택 가격상승률은 16.4%에 달했다. 이를 OECD 통계와 비교하면 한국은 터키(29.9%), 러시아(23.3%)에 이어 3번째로 높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자체 오류도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 연립·다세대 평균 매매가가 무려 16%나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표본을 재설계한 결과,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았던 수치가 민간 기관 집계 수치와 단숨에 비슷해졌다. 청와대에서 언급한 정부 통계가 그동안 현실을 외면했다는 사실을 정부 통계 스스로가 인정하고 수정한 셈이다.

정부 통계가 공시가격 상승률과 큰 차이를 보인 것도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대목이다. 2020년 주택 가격 상승분을 바탕으로 2021년 발표한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이 19.08%에 달했다. 5.4%의 부동산원 통계보다는 16.4%의 KB국민은행 통계에 가까운 수치다.

같은 정부가 집값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쓴 통계자료와,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매긴 기준 가격의 차이가 너무 큰 것이다. 한쪽에서는 정부가 “집값이 안정됐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많이 올랐으니 세금도 더 내라”고 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전문가는 “정부가 앞뒤가 다른 집값 해석에,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과 집을 사야만 하는 국민 모두 이해하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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