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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 보기] 서울 중심의 한국, 지역 중심의 일본

일본을 접할수록 우리와 다른 특성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얼마 전 일본 리쿠르트의 보도자료 ‘수험생들이 진학하고 싶은 대학, 2021 인기 순위’도 그중 하나다.

리쿠르트가 운영하는 ‘리쿠르트 진학총연’은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대학 이미지·지명도 등을 조사해 2008년부터 해마다 ‘진학 브랜드파워’를 발표한다.

올해 조사 결과, 간토(도쿄 중심 동부) 1위는 와세다대학, 간사이(오사카·교토 중심 서부) 1위는 간사이대학, 도카이(나고야 중심 중부) 1위는 메이조대학이었다. 대학 랭킹에 눈길이 갔지만 더 관심이 간 대목은 전국이 아닌 지역별로 수험생 선호 대학을 발표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대학 순위는 물론 취업 희망 기업, 소비자 선호 브랜드 등도 지역별로 뚜렷하게 갈린다. 로컬(지역성)이 강한 일본의 특성을 보여준다.

지난 8월 31일 재일교포 최상철 간사이대 교수(상학부)의 서울 강연회는 지역 중심 일본 사회의 내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올해로 일본에서 31년째 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최 교수는 ‘코로나 시대의 한국과 일본’ 특강에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의 ‘다름’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그는 산업연구원에서 미국과 일본 담당연구원으로 6년간 근무한 뒤 1990년 일본으로 건너가 고베대학에서 상학박사 학위를 받고 간사이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일 유통·소비시장 및 마케팅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양국 경제구조와 소비자 특성, 저성장과 부동산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중에서도 한·일 사회구조와 관련해 일본은 지역성이 살아 있는 ‘로컬화 사회’인 반면, 한국은 ‘서울 중심 일극 사회’라는 주장에 많은 공감이 갔다.

도쿄가 일본의 중심인 건 분명하지만 ‘도쿄도 큰 지방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 중심이며 날이 갈수록 그 구심력이 커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본으로 가기 전만 해도 부산·대전·광주 등 주요 도시에는 지역 토종 백화점과 슈퍼마켓이 건재했으나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대학은 지역 국립 명문이 다 사라지고, 서울 편중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그는 일본 소비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로컬이 강한 일본의 사회구조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 기업이 일본 진출에 번번이 실패한 것도 일본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도쿄 중심 마케팅 전략을 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인은 ‘지역애(愛)’ 집착이 강해 지역 토착화 전략을 펴야 한다는 주문이다. 물론 편향된 지역 중심주의가 일본 저성장의 원인 중 하나라도 지적도 곁들였다.

그는 냉각된 양국 관계를 풀기 위한 방안으로 ‘인터 로컬리즘(Inter-localism)’을 제안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본의 지역 거점 도시들과 교류 기반을 넓혀 전국적으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꼬인 한·일 관계를 풀고, 소비시장을 뚫으려면 한·일 간 ‘다름’에 대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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