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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훈의 매크로뷰] 시장과의 분명한 소통이 필요한 때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금융시장에서 자주 회자되는 격언이다. 향후 이벤트에 대한 기대가 보통 시장에 선 반영되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현실이 될 쯤에는 뉴스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란 얘기이다. 보통 금리인상과 같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이벤트는 기대가 과하게 시장에 반영되는 경우가 있고 뉴스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오히려 시장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주에는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경제 이벤트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아시아 국가 중 제일 먼저 기준금리를 25bps 인상했고 미국에서는 잭슨홀 미팅을 통해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시장에 푼 유동성을 줄이겠다는 한국은행과 미 연준의 의지 표명으로 통화정책의 정상화 의지를 밝히는 매파적인 조치라 하겠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당일 단기 시장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미국 10년 금리 또한 테이퍼링의 연내 시작이란 결정에도 하락했고 주가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한국과 미국의 시장은 정책 결정과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한국의 경우 비둘기적인 금리인상, 미국의 경우 비둘기적인 테이퍼링이라는 말처럼 얼핏 들으면 모순적이지만 당일의 발표가 향후 정책에 대한 비둘기적인 요소를 두드러지게 드러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최근 델타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강해지는 시점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속도는 경기 상황을 고려해 매우 천천히 조절될 것이란 중앙은행의 시그널을 시장이 받아들인 것이다.

보통 시장의 과한 기대감은 시장의 변동성을 만든다. 그러기에 중앙은행들은 루머에 의존한 과한 행동을 제어하기 위해 시장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려고 한다. 중앙은행이 시장과의 소통이 결핍된 상태에서 일방적인 정책을 감행할 때 시장이 얼마나 큰 변동성을 보이는지는 2013년 긴축 발작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런 탓인지 연준은 이번 테이퍼링에 앞서 예방적인 소통을 강화했고 이런 결과로 긴축 정책의 메시지에도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연착륙을 위한 정책은 당장은 시장의 안정화를 가져오지만 향후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의 신호에 무감각해지는 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중앙은행이 자주 경고를 할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그 경고에 둔감해지는 동시에, 이미 중앙은행이 위험 상황을 주시하는 만큼 이를 완화하는 안정 장치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준과 한국은행이 지난 주에 비둘기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더라도 연준은 결국 연말이 되면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은행 역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우리는 시장에 풀린 유동성 축소와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금리 인상이 지난 8월 이뤄졌는데 그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록 금통위는 당장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지만 10월쯤이 되면 비둘기적인 한국은행이 매파적으로 바뀌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주 금통위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에도 금리를 인상한 것은 자산가격의 상승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자산 버블로 이어질 수 있고 빈부 격차를 확대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유동성를 줄인다고 무조건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둘째는 물가의 움직이다. 국내 물가를 보면 지난 4개월 간 2% 넘게 올랐고 한국은행의 전망에 따르면 하반기에 2.4%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란 기존의 전망이 도전 받을 수 있다. 어쩌면 불황 극복 과정에서 지나친 유동성과 확장적인 재정정책의 결과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과 기업 실적에도 지난 주까지 24조원 가량의 주식을 매각했고 환율 역시 연초 달러당 1080원 수준에서 1180원대까지 절하되고 있다. 이는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 속에서 한국의 경기가 이미 정점을 찍은 것은 아닌지, 이제 버블이 꺼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와 반도체 사이클의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장의 과도한 우려는 2013년과 2015년 미국의 금리가 인상하던 시기에 경험한 적이 있다.

앞으로 한두 달 연준의 테이퍼링, 미국의 부채한도, 한국의 가계부채 규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은행권의 유동성 규제 등 다양한 규제의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기대심리가 시장의 변동성을 유발할 것으로 본다. 미국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고 경제성장률 4%를 기록할 만큼 한국 경제가 견고하다면 이에 상응하는 좀 더 매파적인 메시지를 시장에 전하는 것이 당장 고통이 있더라도 더 나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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