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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자화자찬 공공개발 동의율의 민낯

“다른 민간정비사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동의율이 올라오고 있다. 주민 호응이 좋다.”

정부가 2·4대책 일환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하 공공복합사업)’에도 사전청약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공공복합사업 후보지 가운데 13곳이 주민 동의율 3분의 2를 충족했고, 50% 이상 동의율을 확보한 곳도 7곳이나 된다는 내용의 자료를 높은 주민 호응의 증거로 제시했다. 10% 이상 동의율은 확보한 곳은 34곳이었다.

그런데 이날 공공복합사업 후보지인 미아16구역 주민이 세종시 국토부 청사를 찾아와 사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주민반대동의서를 공식 제출했다. 사업 대상지 토지면적의 56.24%에 해당하는 토지주들이 사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공공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인 ‘3080 공공 주도 반대 연합회(이하 공반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도봉구 방학2동 ‘방학초교 인근’ 토지주들도 사업추진 반대활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미아16구역처럼 정부가 주민동의율 50% 이상 충족했다고 한 곳이다. 이로써 공공복합사업 후보지 56곳 중 25곳이 공반연과 연대해 조직적인 공공복합사업 반대활동을 벌인다. 공공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따르면 정부 측이 해당 지역 토지주를 상대로 사업동의를 받는 과정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일단 ‘찬성동의서’만 받고 있다. 당장 허용된 범위에서 반대 의사는 표시할 방법은 없다. 동의율을 계산하는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 33㎡ 빌라 소유자와 330㎡ 단독주택 토지주 모두 각각 똑같은 한 표로 잡는다.

도로 등 국유지를 찬성 동의 면적에 포함하는 것도 반대 측으로선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정부는 최근 국유지를 찬성 쪽에 포함하는 내용의 ‘도심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공공복합사업은 예정지구 지정 후 ‘3분의 2 이상 토지주 찬성’ ‘2분의 1 이상 토지면적 확보’가 돼야 본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반대 의견인 토지주들은 전체 대상 지역 토지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어도 강제로 수용당할 수 있다.

동의서를 받는 과정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해당 지역 토지주들의 전언이다. 동의서 안내문을 보면 실제로 “국토교통부와 LH가 이번 사업을 시행하게 됐다”고 표시돼 있다. 아직 사업 결정이 나지 않았는데 마치 진행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원하는 측에서 투기심리를 조장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목격된다. 예컨대 3분의 2 이상 동의율을 확보했다는 서대문구 홍제동 고은산 서쪽 주민에 따르면 찬성 주도 측에서 “6억원 이상 수익이 난다”는 말을 퍼뜨리고 있다. 저층 주거지 수유12구역 토지주 사이에선 SNS를 통해 “로얄층을 배정한다” “전매제한이 없다”는 식의 루머도 돈다. 고령층 토지주들을 상대로 재개발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해야 한다는 식의 소문도 퍼졌다.

정부가 단기간에 “도심에 압도적인 수준의 주택공급을 하겠다”며 사업을 밀어붙이는 사이, 토지주들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눠 갈등하고, 시장은 어느 때보다 더 왜곡되고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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