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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태승·금감원 소송 판결문 보니…‘잘못은 있지만 제재가 너무 무겁다’ [인더머니]
내부통제 의무준수 필요
CEO에 감독·운영책임도
금감원 중징계 권한 합법
위반 대비 제재가 지나쳐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잘못은 했지만 징계는 무효’

1심 법원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금융감독원 간 소송 판결문의 요지다. 법원은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지만 ‘징계를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분명 손 회장이 법을 준수하지 못한 잘못이 있지만, 이에대한 제재가 너무 무거우니 적절하지 않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연임을 막을 중징계를 피한 손 회장이 이긴 소송이지만, 내부통제 위반으로 최고경영자(CEO)를 제제한 금융감독원 측도 아주 지지는 않은 셈이다. 이에따라 라임 사태 등 금감원 제재로 행정소송 중인 다른 CEO들의 판결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판결문에서 따르면 재판부는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10여 페이지에 걸쳐 강조했다.

재판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에 금융사 규제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외부 규제와 내부통제를 강화하게 됐다”며 “국내 금융계에 내부통제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충분한 자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율적인 영역을 만연히 넓히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법을) 해석할 경우 자칫 금융사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며 그 대상이 최고경영자(CEO)일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내부통제기준 작성업무에 대해 감독자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표이사가 내부통제기준 운영자의 직속 감독자가 아니므로 징계 대상이 아니라는 손 회장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금융사 지배구조법 35조 3항을 근거로 "은행, 보험사, 여전사 임원 제재조치는 금감원으로 하여금 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인정해 은행 CEO에 대한 문책경고 조치는 금감원장 권한임을 인정했다.

다만 핵심 쟁점이 된 손 회장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다섯가지 위반 사항과 관련해 재판부는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미비’만 인정했다. 우리은행의 펀드 지침이 상품선정위원회 심의·의결에 관해 정족수 외에 아무 절차를 규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위원들에게 다른 위원들의 의견이나 최종적인 의결 결과를 전달·통지하는 절차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내부통제절차의 기본이 되는 정보유통의 전제조건 자체를 완전히 형해화한 것”이라 지적했다.

나머지 네가지 위반 사항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내부통제기준의 핵심적 주요 내용을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판매 후 위험관리 및 소비자보호 업무 관련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나 투자자의 위험 성향과 다르게 상품을 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 문제가 아닌 운영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또 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체계가 미비됐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법령 상 정해진 것들을 마련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 제재에 대해 “위반사실 하나만으로 3년간 임원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중징계를 부과할 만큼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근거법령의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처분사유를 구성하며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할 수는 있다”고 밝혀 수위를 낮추거나 사유·절차를 변경해 손 회장에 대한 제재를 다시 할 수 있는 여지도 열어뒀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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