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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주식 길라잡이] 바람 잘 날 없는 중국 대형 인터넷 기업
한정숙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

미국 증권당국의 투명한 정보 제공 압력과 중국 정부의 제제 강화로 미국 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중국 기업들의 변동지분실체(VIE)에 대해 자세한 공시를 요구하는 지침을 내렸다. 이는 지난 7월 인민은행이 비금융 결제기업의 신규 주식공모(IPO)에 관한 신고를 의무화하는 관리규정을 제정해 9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발표한 이후 한 달 만에 나온 조치다.

VIE 제도는 로컬기업이 해외상장하는 경우와 외자 기업이 중국 내 제한 업종에 우회투자하는 경우에 이용돼 왔다. 2000년 이후 시나닷컴, 알리바바, 징둥닷컴, 바이두와 같은 중국을 대표하는 대형 인터넷 기업들과 최근 디디추싱 역시 VIE 제도를 통해 미국에 상장했다.

해외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은 과거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VIE를 통해 지분 관계 없이 지배권을 인정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경우 안보를 이유로 금융 및 IT에 대한 외국인 지분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를 피해 외국인들이 공식적으로 중국 현지 기업과 관계 없이 해외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식만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VIE 제도 규제 강화를 둘러싼 문제뿐 아니라, 9월말과 11월에 시행되는 중국 데이터보안법과 개인정보보호법도 미국 시장에 상장된 대형 인터넷 기업들에게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 법안에 따르면 데이터를 해외 정부에 제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명한 외국기업문책법에서의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하며, 미국 감독당국이 자료를 요구할 때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에 위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기업들은 미국에서의 상장을 포기하거나, 혹은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를 포기해야하는 선택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중국 정부의 규제 압력이 해소되더라도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상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급작스럽게 강화된 것은 아니다. 사전에 제도 변화에 따른 충격에 대해 어느정도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다. 2019년에 해외상장 기업들이 홍콩 시장에 2차 상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제의 문턱을 낮췄고, 알리바바, 징둥닷컴, 바이두가 잇따라 홍콩에 2차 상장을 진행했다. 해당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홍콩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경색에 대한 충격을 방어할 수 있는 것이다.

대형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한동안 주식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분간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요망되며 각종 법안이 시행된 이후 기업들의 대응을 확인한 후에 투자를 진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정숙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

parkid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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