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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통계와 정책의 잘못된 만남

‘17% 대 93%’, 지난 6월 말에 불거졌던 진실공방이다. 한 시민단체가 민간 통계인 KB주택가격동향조사를 근거로 현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93% 상승했다면서 17.17%에 불과하다는 정부 통계가 비현실적으로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에서 발표하는 부동산 통계 부실에 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거의 모든 주택 관련 통계에서 정부 집계치가 민간 집계치보다 턱없이 낮았다. 서울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민간(KB)은 11억4283만원인 반면 정부(한국부동산원)는 9억2813만원으로, 2억원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전세가 역시 6억2678만원인 민간 통계에 비해 정부 통계는 4억9834만원으로, 1억원 넘게 낮게 집계됐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집값상승률 통계 등도 정부 통계가 민간 통계에 비해 과소 집계치를 보였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집값상승폭을 축소하거나 입맛에 맞는 통계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표본 수와 과학적이지 못한 표집 문제를 엉터리 정부 통계의 주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아니다 다를까, 최근에 한국부동산원에서 수행한 7월 집값 변동 조사에서 표본 수를 배로 늘리고 현실에 맞춰 아파트 비중을 높였더니 서울 집값이 민간 조사 집값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3~6월 넉 달간 인상폭이 2000만원에 불과했던 서울의 평균 집값이 7월 한 달에만 2억원 가까이 올랐다는 황당한 결과가 도출됐다. 정부가 발표해온 지금까지의 집값 통계가 엉터리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문제는 그동안 정부가 민간 통계를 애써 무시하고 기존의 한국부동산원 집값동향조사 통계만을 기준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다는 데 있다. 정부 통계와 민간 통계 등 다양한 자료를 정책입안에 고루 반영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정부는 입맛에 맞는 통계만 고집했다. 집값 통계뿐 아니다. 주택보급률, 미분양 주택, 멸실 주택 수, 거래 건수 등에 관련된 기초 통계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가 부실하다 보니 주택의 수급과 가격에 관한 정확한 진단이 안 돼 ‘주먹구구’식 정책이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장을 제대로 반영 못하는 엉터리 통계를 바탕으로 추진해온 부동산정책이니 실패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통계의 기본에 맞춰가는 것은 다행이다. 부동산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정확한 현실 진단을 위한 통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표본 수와 아파트 비중을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부동산 기초 통계의 품질 개선과 통계 생산 시스템 정비를 통해 현실에 맞는 통계 산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실과 동떨어진 지난 4년간의 집값 통계는 민간의 통계를 빌리더라도 제대로 보정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동산정책이 어디서부터 잘못됐었는지 제대로 진단할 수 있고 또 향후 그와 같은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제는 ‘4년간 서울 집값상승률 17.17%’라는 아집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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