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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마지막 한국인’은 쉼터 제공…선의가 모여 성공한 ‘미라클’
외교부, 美철군 발표 직후부터 TF가동
신속 행정절차로 아프간 협력자 신분 확보
美∙탈레반 협의 초기…발빠른 이송작전 ‘천운’
파키스탄, 민간공항에 우리 군용기 이착륙 허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말그대로 ‘미라클’(기적)이었다. 한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을 도와 일했던 현지인과 그 가족 391명을 이송하는 작전 ‘미라클’의 기적과도 같은 성공은 현지 외교관들과 무관, 교민, 정부부처 등의 선의가 모여 가능했다.

26일 오후 한국 정부를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 378명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연합]
철수 머뭇거렸던 '마지막 한국인,' 아프간인들 위해 사업장 열었다

27일 외교부에 따르면 아프간 철수를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재외국민 A씨는 한국행을 바라는 아프간인 400여명의 이송을 위해 자신의 사업장을 임시 쉼터로 제공했다. 자신의 철수를 위해 마지막까지 아프간에 남은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와 공관원 2명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 덕분에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와 난무한 총소리 속에서도 아프간인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교민께서 사업장을 임시 쉼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 덕분에 대규모 인원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며 “미국에서 버스 이송을 도와줬지만, 집결시간이 변경되기도 하고 무더위도 계속되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대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를 도운 아프간인들이 카불공항에 도착하자 감격의 포옹을 나누고 있는 김일응 공사참사관. 김 공사참사관은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와 함께 비상시 대피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한 직후 카타르로 철수했다가 아프간인들의 국내 이송을 지원하기 위해 22일 카불로 되돌아온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발빠른 조처도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여권이 발급되지 않은 아프간 조력자들의 이송을 합법화하기 위해 긴급 여행증명서를 발급해 임시 신분증을 제공했다. 이달 초 한국 정부가 이들에 대한 대피계획을 세웠을 당시 여권을 발급받은 아프간 협력자들은 80여명에 불과했다. 또 정부는 이들에게 ‘특별공로자’ 자격을 부여해 난민 논란을 불식했다.

김일응 공사참사관과 한국정부와 협력해온 아프가니스탄인들과 그 가족들.
비상연락망으로 버스 확보 하루 만에 집결한 아프간인들

미리 갖춰 놓은 비상 연락망도 한몫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아프간 협력자들과 오랜 기간 일해온 만큼 근무지별로 비상연락망을 마련해놨었다”고 말했다. 대사관과 국제협력재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등 근무지별로 대표자를 뽑아 신속하게 연락했고, 아프간 현지인들은 집결장소와 시간을 공유해 카불로 모여들었다.

동맹국 미국과 우호국 파키스탄의 조력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과 탈레반의 협의가 체결된 직후 작전 미라클이 진행된 점은 ‘천운’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22일 탈레반과 협의해 외국 정부 조력자를 카불 공항까지 버스로 이송하도록 허용했다. 이에 우리 공관원들은 발빠르게 23일 버스 6대를 확보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가족을 데리고 버스에 탑승한 아프간인들은 미군과 탈레반이 함께 지키는 검문소를 여러 번 통과해 25일 새벽 카불 공항에 진입할 수 있었다. 파키스탄 당국은 한국의 협조요청에 민간공항에 우리 군 수송기(C-130J) 등 3대의 이착륙을 허용했다. 여기에 파키스탄 교민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문 닫았던 숙박시설을 군인들을 위한 시설로 개방해 숙식을 제공했다.

모친 임종·철야근무 속에서 임무 수행에 집중한 무관·외교관들

카타르에 남아 업무지원 한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는 열흘째 양복도 챙기지 못하고 철야 근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꼭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과 감격적인 포옹으로 이름을 알린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탈레반의 카불 점령 전부터 비상 대피계획을 촘촘하게 짠 것으로 전해졌다. 모친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긴박했던 작전을 막후 조율한 허진녕 대령은 수송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제시간에 급유를 할 수 있도록 공역을 통제하고, 수송기의 승·하차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현지 관계자들의 협조를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방부의 발빠른 군용기 급파 결정과 미국의 철군 발표 직후 신속하게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파키스탄과 터키 등 주변국에 협조를 구한 외교부의 노력도 작전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모두의 ‘선함’이 모여 너무나도 어려울 것만 같았던 ‘미라클’을 성사시켰다”며 “남은 13명의 이송이 완료될 때까지 업무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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