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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희의 현장에서] 사전청약 흥행, 정부 기뻐할 일 아닌 이유

“지금으로선 집을 살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일단 넣긴 넣었죠. 그런데 경쟁률이 높던데요. 큰 기대는 안 해요.”(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30대 A씨)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나중에 집을 사게 되든, 다른 청약에서 당첨이 되든 불이익은 없다니까요. 내 집을, 그것도 수도권에서 마련할 기회가 흔하진 않잖아요.”(경기 하남시에 사는 30대 신혼부부)

정부가 올해 첫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청약에서 9만명이 넘는 실수요자를 끌어모았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흥행을 거두면서 정부는 한시름 놓은 모양새다. 25일엔 공공택지 내 민간사업물량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에서 10만1000가구의 사전청약을 추가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정부는 사전청약 선전과 추가 발표 등으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경쟁률과 공급량 너머로 향해 있다. 흥행 이면엔 그만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가 많고 그에 비해 물량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사전청약 추가 물량도 민간 건설사의 참여와 2·4대책 사업지의 주민동의율 등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숫자상의 공급에 치우치면서 ‘희망고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높은 경쟁률 속에 담긴 주거불안과 공급부족 신호를 읽고 현실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물량 공급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사전청약에 9만명이 몰린 것은 최소 4~5년을 기다리더라도 내 집을 갖고 싶다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쏟아질 정도로 주택매수심리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금이 아니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심리는 패닉바잉(공황매수)을 불러왔고 매물 잠김까지 더해지며 주택시장은 ‘불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넘치는 실수요를 확인한 만큼 미래 후보지만 잔뜩 발표할 게 아니라 확정적인 물량을 충분히 선보여 실수요자가 추격매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사전청약 확대 발표 이후에도 불안심리는 일부 진정될지 몰라도 집값 안정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사전청약을 일종의 ‘보험’이라 여기고 접수한 이들이 상당하다. 본 청약 1~2년 전 진행되는 사전청약은 본 청약 최종 입주자로 선정되기 전 당첨자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 정부의 대규모 공급계획이 실현될 때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당장의 수급불안을 해결할 단기 대책이 필요하다.

사전청약에 따른 매매 수요 안정 효과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사전청약은 입주시기 불확실성, 실제 분양가 논란 등 난관이 즐비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불안심리를 잡기 위한 ‘고육책’이란 걸 국민도 안다. 기존 주택이 시장이 나올 수 있게 하는 양도세 중과세 완화, 민간 재건축 활성화 등 다른 지속적인 주택 공급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자고 나면 수억원씩 오르는 전세금을 걱정하며 전세난민으로 살아가는 무주택 국민에게 ‘희망고문’은 너무나 가혹한 기다림이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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