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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UN 직원까지 폭행·협박…인권존중 천명 무색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속한 한 소녀가 2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난민 처리 센터로 가는 버스에 앉아 턱을 괸 채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간 내 유엔 직원을 폭행하고 가족까지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법 정부로 인정받으려는 의도에서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대내외에 밝힌 탈레반의 신뢰를 약화하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유엔 내부 보안 문서를 입수, 여기엔 탈레반이 유엔 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숨겨진 위협, 사무실 약탈, 신체적 학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 22일 카불 공항에 가려던 아프간 유엔 직원을 제지, 차량을 수색하고 유엔 신분증을 찾아낸 뒤 폭행했다.

23일엔 익명의 남성 3명이 다른 유엔 직원의 집을 찾아갔다. 당시 직원은 사무실에 있었다. 이들 남성은 직원의 아들에게 아버지의 소재를 물었고, “우린 그의 위치와 하는 일을 알고 있다”며 아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몰아세웠다.

로이터는 유엔 문서에 담긴 이런 사건은 탈레반이 집권하기 직전인 8월 10일 이후 자행한 수십 가지일 가운데 속해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카불을 담당하는 당국은 유엔 직원·건물의 안전과 보안을 책임지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그들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왼쪽)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하려 하고 있다. [로이터]

유엔은 아프간에 있던 300명의 외국인 직원 가운데 약 3분의 1을 카자흐스탄으로 재배치했고, 아프간인을 돕기 위한 활동을 유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유엔의 아프간인 직원은 3000명 가량으로 여전히 아프간에 있다. 유엔 대변인은 다른 국가와 접촉해 이들에게 비자를 발급하거나 일부 국가의 임시 재배치를 지원하도록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상황은 다르다. 한 아프간 여성 유엔 직원은 가족과 지난 10일간 이사를 했다. 이웃의 일부가 그녀가 유엔에서 일한다고 알고 있고, 이에 대해 알릴까 우려해서다. 그녀는 인접국 비자를 갖고 있지만, 유엔이 대피를 돕지 않아 좌절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전체 유엔 시스템이 우릴 도울 거라고 기대했다”며 “우린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프간 유엔 직원은 “탈레반이 적어도 50명의 아프간 유엔 직원에 경고를 하고 위협했다고 알고 있다”며 “탈레반의 심각한 직접적인 위협 하에 있는 유엔 직원은 반드시 대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아프간 직원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일부 사람이 괴롭힘과 협박을 당했다는 보고에 마음이 아프다”며 “안전을 보장하고 필요한 외부 해법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보고된 학대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UN이 계속 일할 것을 권장했다. 아프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 한 원조를 환영한다고도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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