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올해는 한국 천주교의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두 번째 사제인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탄생 20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최양업 신부(1821~1861)의 삶과 영성을 조명한 오페라 ‘길위의 천국’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4일 온라인기자간담회를 열고,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을 오는 11월12일, 13일 청주 예술의전당, 11월20일,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1월23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초연한다고 밝혔다.
작곡가 박영희.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
최양업 신부는 1836년 15세의 나이에 프랑스 선교사 모방 신부의 추천으로 김대건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 파리외방전교회 극동 대표부가 있는 마카오까지 4000km가 넘는 길을 걸어 신학교에 입학한다. 1849년 사제품을 받고 귀국길에 오르려하지만 번번히 실패, 다섯 번의 시도 끝에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와 1850년부터 1861년까지 11년간 산간 오지 120군데가 넘는 교우촌을 매일 걸어다니며 교우들을 살폈다. 그는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매일 30, 40km를 걸어다니며, 길 위에서 보낸 10여년의 고된 여정에 따른 과로와 장티푸스로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최 신부는 마카오에서 신학생으로 수업하면서 일찌기 서양문물과 학문을 접하게 되고, 특히 서양음악에 눈을 떠 천주가사를 쓰고 교회성가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번 오페라는 한국의 소리와 서양음악을 접목해온 작곡가 박영희씨가 최양업 신부의 서한집을 읽고 배티 성지를 순례한 뒤, 최 신부의 정신세계에 매료돼 작곡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은 서양음악을 비롯, 한국음악, 무용, 성악, 연극 등이 종합된 ‘극’형태다. 주인공은 최양업 신부이지만 오페라의 가장 큰 비중은 합창단이다. 합창단으로 대변되는 교우들, 민초들이 숨은 주인공인 셈이다.
박영희 작곡가는 기존 오페라에서 한정적으로 운용됐던 합창이 이 오페라에서는 종교음악에서 볼 수 있는 합창음악의 모습, 작은 단위의 아카펠라 앙상블 등 극 전반에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며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양업 신부가 만들었다는 ‘사향가’의 복원 및 재해석도 시도한다.
‘길 위의 천국’은 최양업 신부가 스승인 파리외방전교회 마카오교구의 르그레즈와 신부님과 리브와 신부님께 보냈던 19개의 서한을 모은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서한집’을 바탕으로 대본 작업이 이뤄졌다.
극은 크게 두 개의 길을 조명한다. 하나는 7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조국으로 가는 길과 귀국에 성공한 후 조선의 5개도 127개 교우촌을 다니기 위해 12년 동안 해마다 7천리를 걸었던 길이다. 1839년 기해박해 당시 아버지 최경환과 어머니 이성례의 순교, 함께 유학을 떠난 최방제와 김대건 신부의 죽음과 순교로 홀로 남은 그의 책임과 열망, 이후 길 위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연출가 이수은은 “오페라 ‘길 위의 천국’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또한 21세기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현재의 이야기다. 기존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과 고난은, 인류의 문명이 다음단계로 넘어갈 때 항상 존재해 왔고 지금까지도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며 전진해 가고 있다”며, 이 공연은 “코로나 위기의 시대에서 우리각자는 자신의 신념을 어떻게 확신하며 지켜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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