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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부채, 규제의 역설②] “규제 대비해 일단 받아두자”…‘똘똘한 1억’ 바람 부나
농협 등 일부 주담대 중단이
자금확보 가수요 촉발시킬수
올 연말까지 남은 한도 8.6조
소진될수록 불안수요 더 늘듯

[헤럴드경제=이승환·박자연·홍승희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초고강도 규제에 나서면서 미리 대출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가수요로 인한 풍선효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일부 은행의 신규취급이 중단되면서 다른 은행들로 수요가 빠르게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신용대출도 1억원을 초과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기 때문에 미리 한도 직전까지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가수요가 빠르게 발생하면 은행들의 올 가계대출 증가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대출중단 도미노 가능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당장 필요한 자금이 아닌데도 이자를 부담하며 끌어온 대출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추가적인 대출규제가 자산시장 거품을 더욱 부추기는 수순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권고한 가계대출 관리목표에 따라 6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 은행)이 올해 말까지 실행할 수 있는 가계대출 잔액은 7월말 기준 약 8조6026억원이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은행권 평균 5~6%로 제한하고 있다. 6대 은행이 올 들어 7월 말까지 취급한 가계대출 잔액은 26조 8308억원이다. 최근 신용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을 중단한 농협은행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2조원 이상의 가계대출을 오히려 줄여야 금융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치를 맞출 수 있다. 신규를 중단하면 상환만 이뤄져 가계대출 잔액이 줄게 된다.

은행권에서 대출 가능한 자금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미리 여유자금을 마련해두려는 고객들이 늘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대출 규제를 검토하는 상황은 대출 가수요를 증가시킬 유인으로 충분하다. 단계적으로 확대 중인 차주별 DSR 규제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유력히 거론된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DSR 규제 강화방안의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우선 1억원 이하 신용대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부터 1단계 차주별 DSR 40% 규제로 1억원을 초과한 신용대출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2단계로 내년 7월에는 총 대출액 기준으로 2억원이 초과될 경우 DSR규제를 받는다. 마지막 3단계로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DSR 규제 대상이다. 2단계 DSR규제가 앞당겨지기 전에 현재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기준(신용대출 1억원 이하)까지 최대한 대출을 일으키려는 수요가 생길수 있는 환경이다. 금주 부터 일부은행 주담대가 중단되면 필요한 자금을 신용대출으로라도 확보하려는 수요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 문제를 대출 규제로 풀려고 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며 “대출 규제를 강화해도 지금 부동산 안 사면 안된다는 심리가 다른 길을 찾아 대출 가수요를 일으킬 것이고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이어 저축은행에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 제한하라는 정부의 권고가 나오면서 ‘키 맞추기 대출’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실소유자인지, 은행권에서 넘어오는 차주인지 뚜렷하게 구별할 순 없지만 실제 신용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동산 계약 등 급박한 상황에서 금리가 아닌 한도를 따져 ‘돈 나올 구멍’을 찾아 넘어오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신용대출은 저신용자들 소액으로 받는 건들이 대부분이라 대출 규제의 실효성이 은행권만큼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가계대출 증가율을 조절하라는 당국의 시그널로 (대출이) 더 보수적으로 나가겠지만, 애초 차주들의 신용대출액이 연소득만큼 되지 않는다”고 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5억3000억 원에 달한다. 작년 동기(2억4000만 원) 대비 120%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 6월~7월 두 달 동안에만 1조8000억 원이 증가했는데, 작년 동기(9000억 원)의 두 배다.

nice@heraldcorp.com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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