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물건 아닌 동물…“펫보험, 人보험 분류 신중해야”
법무부 “동물은 물건 아니다”
손해보험→제3보험 법안도
사망·후유·간병보장 등 가능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동물을 재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보겠다고 입장을 정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보험(펫보험)도 손해보험이 아닌 제3보험으로 분류하자는 논의가 나오지만 법 체계상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은 22일 ‘민법상 동물의 비물건화를 위한 입법론과 보험업 관련 영향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험 상품은 크게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제3보험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사람 생존·사망과 관련된 종신보험 등은 생명보험, 재물 관련된 자동차와 화재보험 등은 손해보험이다. 질병과 상해, 간병보험 등은 제3보험으로 분류된다.

현재 펫보험은 손해보험으로 분류된다. 우연한 사건으로 항공, 공장, 계약 등 재물에 손해가 발생하면 금전적인 보상을 한다는 취지이다. 펫보험 역시 동물을 자동차처럼 수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동물도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녔다는 ‘동물권’ 시각에서 보면 맞지 않는 정의다.

지난달 법무부는 ‘물건’으로 취급되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동물 그 자체’로 설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 차원에서 동물을 재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보겠다는 공식 입장을 정한 것이다.

이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초 펫보험을 제3보험으로 분류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3보험의 정의에 ‘동물에 발생한 사고’를 추가하는 식이다.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펫보험의 개념도 바꿔야 한다. 그간 금융위원회는 법체계상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민법 개정으로 금융위 입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펫보험을 제3보험으로 분류하면 손해보험사 외에 생명보험사도 펫보험을 팔 수 있게 된다. 제3보험은 보험업법상 실손의료보험, 암보험처럼 손해보험·생명보험사 모두 취급할 수 있다.

또 반려동물의 사망·후유장애·간병까지 보장하는 새로운 펫보험이 탄생할 수 있다. 반려동물 입원·수술비 외에 진단비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법 체계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고 본다 해도 동물이 인간과 동일한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며 “동물보험을 상법상 인(人)보험인 제3보험에 포섭하는 것은 인보험과 손해보험을 구분하는 현행 법체계와 맞지 않아서 혼란이 야기될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펫보험은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보장하는 것뿐 아니라 가축 등 영리목적으로 사육하는 동물 폐사 시 교환가치를 보장하는 것도 포함되는 만큼 모든 동물보험을 제3보험으로 포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밖에 자동차사고로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으면 받을 수 있는 민사상 배상액도 커질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등을 파는 보험사가 물어줘야 하는 금전 범위도 늘어난다. 현재는 물건으로 취급돼 통상적인 시장거래액 정도만 배상받을 수 있지만 앞으론 실질적인 치료비와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근거가 생긴다. 가족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처럼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을 여지가 마련되는 것이다.

양 연구위원은 “교통사고로 동물을 살상한 경우 가해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가 현저히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책임보험에서 보험금 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또 동물에 대한 압류가 금지·제한되는 경우 보험사의 채권이나 구상권 행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kwat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