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겁이 없다고? 그렇지 않아”

“역사의 맨 앞자리 경험, 놀라워”

CNN 동료들 “당신과 일한 것 행운”

탈레반에 당당했던 CNN 스타 특파원, 임무 종료…아프간 탈출
클라리사 워드 CNN 특파원이 15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할 때 이들을 상대로 인터뷰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하는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세계적 유명세를 치른 CNN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41)가 마지막 보도를 마치고 카불을 떠났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워드는 카불의 거리에서 며칠을 보낸 뒤 마지막 보도를 마치고 미 공군 수송기 C-17에 몸을 실었다.

워드는 이날 새벽 2시 트위터에 C-17 수송기 내부를 찍은 사진과 함께 "비행기 안에서 이륙 준비 중"이라고 썼다.

탈레반의 카불 입성 등을 역사의 현장에서 보도해 온 워드는 이번 주 초 미국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으로부터 '탈레반의 치어리더'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워드는 카불 공항 밖을 취재하던 중 그의 동료가 탈레반의 총에 맞을 뻔한 순간도 있었다.

워드는 아프간을 떠나기 직전까지 미국인과 아프간인들이 대피할 때 겪는 힘든 과정을 트위터로 전했다.

그는 "우리가 타기로 했던 네 번째 비행기가 막 도착했다. 특히 어제 저녁부터 여기 있던 사람들에겐 긴 밤이 될 것 같다"며 "한 (아프간) 여성이 담요를 달라고 해서 스카프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워드는 C-17에 탑승하기 전 공항 인근 상황도 트위터에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아프간 피난민들은 C-17을 배경으로 자갈 위에서 잠을 자려고 한다. 쌀쌀한 밤이고, 엄청나게 시끄럽다"고 말했다.

워드는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이 여자는 겁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나는 매우 두렵고 총알이 날아다니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소리가 날 때마다 움찔한다"며 "역사의 맨 앞자리를 차지한 것 같은 기분이고, 정말 놀라운 순간이다"라고 덧붙였다.

CNN 동료들은 워드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CNN 간판 앵커인 제이크 태퍼는 "당신이 비행기에 탑승해 정말 기쁘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과 CNN을 시청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대표해서 당신의 보도는 용감하고 놀라웠다고 말하고 싶다"며 "당신을 동료로 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

CNN은 워드와 그의 직원들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 달라는 더힐의 요청에는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앞서 워드는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거리에서 이들과 만나 '미국에 전할 메시지는 무엇인가', '앞으로 여성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등의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워드는 지난 15년여간 시리아, 이라크, 아프간, 미얀마 등 세계 전역의 군사 분쟁·재난 지역을 취재해왔다.

예일대를 졸업한 그녀는 2002년 CNN 모스크바 지국 인턴으로 언론인 활동을 시작했고, 폭스 뉴스채널 중동지부 담당을 거쳐, ABC와 CBS 등에서 일했다.

2014년 CBS 소속으로 시리아로 파견됐고, 2015년 CNN에 합류해 2019년 터키의 쿠르드족 대상 군사작전 당시 보도로 지난해 CNN이 에미상을 수상하는데 기여했다.

지난해 가나, 나이지리아에서 운영하는 러시아 측 댓글부대 취재를 위해 가나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사건을 취재하기도 했다.

올해 2월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자 두 달 만에 외신 기자 중 최초로 미얀마 입국 허가를 받아 미얀마 상황을 현지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될 때는 이 문제를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