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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먹고난 뒤 “왜 배달 안 오죠, 환불!” 배달거지, 진짜 못 잡나
서울 강남의 모 오피스텔에서 한 남성이 다른 집 앞에 놓여있던 쿠팡이츠 음식을 가져가고 있다. 음식을 배달한 기사가 CCTV를 통해 정황을 확인한 결과, 일부러 다른 주소의 빈집으로 음식을 시키고 음식을 챙겨간 뒤, 고객센터에는 배달을 못 받았다며 환불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 배달대행 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 배달을 마치고 다음 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손님이 전화해 ‘왜 배달을 하지도 않고 배달이 완료됐다고 하냐’며 화를 냈다. 한 동짜리 빌라라 실수가 있을 리 없다. 배달을 받고도 받지 않은 척 음식값을 환불받는 ‘배달거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배달 인증샷’을 찍지 않은 자신을 자책했다.

#. 치킨집을 운영하는 B씨. 약 10분 전 치킨 한 마리를 배달 보냈는데, 손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닭다리가 한 개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장할 때만 해도 분명히 이상 없었다. 혹시 배달라이더가 몰래 한 조각 먹었을까 싶어 연락했더니 ‘픽업한 그대로 배달만 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뛴다. 결국 손님에게 음식값을 변상했다.

위 사례처럼 배달 과정에서 음식 일부가 사라지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배달앱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존 약관이 수정된다. 국내 1·2위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및 요기요가 식당과 맺은 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를 벌인 결과다. 배달 과정을 문제 삼으며 이용자가 환불을 요구할 경우, 배달앱에게는 정말 책임이 없었는지 따져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약관 시정으로 향후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불공정 약관으로 인해 입게 될 피해가 예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치를 지켜본 자영업자들과 배달대행 업계는 다소 갸우뚱한 모습이다. 배달 과정에서 변상 책임을 뒤집어쓸 경우, ‘갑질’의 주체로 지목되는 것은 주로 배달앱이 아니라 소비자였기 때문이다. 배달앱에 더 많은 책임을 지운다 한들 억울하게 변상 부담을 떠안는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배민에 입점해있는 한 자영업자는 “손님의 갑질은 그대로 방치해둔 채, 그 피해를 식당 혼자 감당하느냐 혹은 배달앱과 함께 감당하느냐만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심지어 배달앱 약관이 시정되더라도 배달앱이 책임을 분담하는 사례는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지적한 약관은, 배달앱이 주문만 접수하고 실제 배달은 식당이 개별적으로 계약한 지역 배달대행사를 통해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여기서 배달은 식당과 배달대행사 둘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중간에 배달앱 오류로 주문이나 결제가 잘못된 경우가 아니라면 배달앱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물론 배달앱이 직접 배달에 관여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체 배달대행사(배민라이더스, 요기요익스프레스)를 통해 배달하는 경우다. 하지만 자체 배달대행사를 통할 때에는 현재도 배달앱이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 배달기사가 무사히 배달을 완료한 뒤 인증 사진을 남겼고, 식당도 포장에 이상이 없었다고 주장한다면, 소비자 변상은 배달앱의 몫이다.

결국 배달기사나 식당이 실제 체감하는 불공정 문제는 소비자에 대한 견제 장치가 마련돼야 해결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배달앱 입점 자영업자는 “수수료 면에서야 배달앱의 갑질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 불만을 처리하는 측면에선 소비자 갑질이 방치되는 게 제일 큰 문제”며 “배달앱에 ‘블랙컨슈머’ 차단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하는 방향이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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