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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B칼럼] 포스트코로나 금융투자전략
곽민지 한국씨티은행 투자자문부 인베스트먼트 카운슬러
곽민지 한국씨티은행 투자자문부 인베스트먼트 카운슬러

금융시장은 항상 무슨 일인가 벌어진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경제관련 뉴스나 리포트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키워드들의 경로를 찾아봤다. 경기침체우려, 빅테크, 바이러스 재확산, 비트코인, 미-중 갈등, 불확실성, 경기회복, ESG, 탄소중립, 방어주와 민감주의 로테이션, 인플레이션, 테이퍼링, 금리인상 등등. 지난 해부터 더욱 부각된 ESG, 탄소중립 등의 친환경 키워드를 제외하면 유사한 키워드가 테마에 따라 부각되면서 계속 돌고 도는 느낌이다. 투자자들의 경우, 수많은 과거 데이터와 각종 차트, 그리고 수없이 쏟아지는 금융기관들의 리포트들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상하며, 준비에 온갖 신경을 다 쓴다.

하지만 어떤 키워드 하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마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멘붕에 빠지고 금융 시장은 출렁인다.

2020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코로나19는 400만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고(올 7월 기준, 세계보건기구), 1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전세계 인구가 마스크를 쓰고 외부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학교를 가지 못한 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외부와의 단절을 통해 바이러스로부터 가족과 나 스스로를 지켜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또한 세계화(Globalization)를 강조하던 글로벌 경제 트렌드는 전례 없는 전세계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경제봉쇄 조치로 ‘지역화’로 바뀌는 계기가 됐고, 이는 세계 경제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G2’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정책적 전략 변화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은 소비, 중국은 생산이라는 뚜렷한 역할 분배가 돼있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으로 내수를 강화하고, 4조 달러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American Jobs and Families Plan)에 집중하며 국가 경쟁력을 대내외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중 순환(Dual Circulation)이라는 장기성장정책을 내세우며, 내수 자립에 집중하는 동시에 외부 시장에 대한 추가적인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양국의 경제적 분리의 시작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되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지역화가 자급자족의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가속화 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른 한편으로 전세계의 적극적인 백신 개발의 가속화는 또다른 의료 혁신을 촉발시켰고, 수백만에 이르는 세계의 고령인구는 디지털 서비스 및 전자상거래에 적응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많은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줌을 통한 회의가 자연스러워졌고, 출퇴근을 하지 않더라도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투자자들은 항상 발생하는 이벤트에 매우 환호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앞서 이야기 한 키워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매번 처음 겪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관심이 집중되는 미 연준의 테이퍼링 역시 과거에도 통화 완화정책 이후 경기회복과 함께 당연히 거쳤던 정상화의 과정이었다. 테이퍼링이라는 이벤트 자체보다는, 이제 테이퍼링이라는 단어의 언급이 잦아지고 이를 준비하려는 배경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봐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팬데믹 역시 지금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그 영향에 대해 주시해야하지만, 백신접종 및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세계의 경제 재개와 함께 다가올 변화에 맞는 포트폴리오 투자전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시기이다. 전반적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한 시점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국가별로 분명한 차이가 있고,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경기회복 속도의 차이를 이용하여 아직도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수혜처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팬데믹 종식 이후 일상으로 복귀가 되더라도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는 다소 다를 것 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기술의 발전을 통한 헬스케어 분야의 확장, 팬데믹 기간 동안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생활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친 디지털화의 심화, 전세계의 공동 목표로 나아가는 탄소중립정책에 따른 친환경 대체에너지의 발전 등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이러한 특정 분야의 변화는, 포트폴리오 전략에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장기 투자 테마임과 동시에 전통자산과는 서로 상관관계가 낮거나 상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자산배분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로 국내외 주식시장은, 급락했던 지난 해 3월23일을 기준으로 불과1년 4개월여만인 2021년 7월 30일 현재, 코스피 116%, S&P500 96.4%, 나스닥 113.9%라는 엄청난 성과를 보였다. 이 기간 동안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이 나는 곳을 찾아다녔으며, 시장에서는 동학 개미나 서학 개미 등의 단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니, 10%~20%의 수익은 만족스럽지 않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코로나 19 이후 맞이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다.

끝으로, 과거 IT버블 당시 워렌 버핏이 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2000년’이 지금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참고해 볼 만한 것 같아 인용하고자 한다.

“큰 돈을 쉽게 버는 것처럼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도 없습니다. 그런 짜릿한 경험을 한 번 겪고 나면 평소에는 분별 있던 사람도 무도회에 온 신데렐라처럼 굴기 시작합니다. 무도회에 너무 오래 머물면 결국 남는 건 호박과 생쥐 뿐이라는 걸 신데렐라도 잘 알듯이, 미래의 현금 창출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가 배수를 형성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투기라는 것을 이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화려한 무도회의 한 순간도 놓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아슬아슬 함을 즐기는 이 사람들은 자정 직전에 무도회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무도회장의 시계에는 시계바늘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다음 무도회를 즐기기 위한 준비를 천천히 해야한다. 지역별/국가별/자산별 분산 투자를 통해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그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자산배분이나 분산투자, 무도회를 아직 즐기고 있는 신데렐라에게는 너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매우 어렵고, 실행에 옮기기 너무 어려운 그 뻔한 이야기가 언젠가 신데렐라를 다시 그 짜릿한 무도회에 데려다 줄 마차가 될 것이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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