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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화된 주거 환경…정부는 ‘좋아졌다’ 아전인수 해석[부동산360]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살펴보니
정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줄었다’ 자화자찬
PIR·RIR 모두 악화…나빠진 내 집 마련 환경
수도권 자가보유율 50.3%…1.1%포인트 줄어
생애 최초 주택마련 7.7년 걸려…0.8년 늘어
임차 평균 거주기간 줄고, 주거이동률은 증가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가 신혼부부, 청년 주거지원 방안 등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으로 국민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주거실태조사 결과엔 주거 환경이 악화되는 걸 보여주는 지표도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13일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비중이 2019년 5.3%에서 2020년 4.6%로 감소하고, 1인당 주거면적은 2019년 32.9㎡에서 2020년 33.9㎡로 증가하는 등 국민주거의 질적 측면이 개선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

정부는 주거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근거로 공공임대주택 거주 가구의 만족도 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의 만족도가 2019년 93.5%에서 2020년 94.4%로 개선됐다는 것이다. 전체 가구 중 공공임대주택 입주 의향이 있는 가구도 2019년 33.9%에서 2020년 35.6%로 증가했다는 점도 정부의 정책 효과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훨씬 많은 다른 지표는 주거 환경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긍정적인 몇몇 작은 지표 변화를 놓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 집 마련 환경이 악화됐다. 전국 자가 가구의 PIR(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는 5.5배(중위가격 기준)로 2019년 5.4배에 비해 높아졌다. 연간 수입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5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빌라 등까지 포함한 전국의 모든 주택을 전체 가구의 평균 연소득으로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주택만을 대상으로 PIR을 계산하면 배율은 훨씬 더 높아진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 3분위 가격 주택을 3분위 연소득 가구가 구입하려 했을 때 PIR은 17.8배나 된다.

임차가구의 임대료 부담도 커졌다. 2020년 임차가구의 RIR(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중)도 16.6%(중위수)로 2019년 16.1% 대비 높아졌다. 임대료로 그만큼 많은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체 가구에서 자기 집을 가진 가구의 비율을 의미하는 전국 자가보유율은 크게 떨어졌다. 전국 자가보유율은 2019년 61.2%에서 2020년 60.6%로 하락했다. 수도권 자가보유율은 더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53.0%를 기록하면서 전년(54.1%)에 비해 1.1%포인트나 줄었다.

주택 마련을 위한 기간은 길어졌다. 생애 최초 주택마련 소요 연수는 2020년 7.7년으로 전년(6.9년)보다 0.8년이나 늘어났다. 그만큼 첫 주택 구입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생애최초 주택마련 소요 연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7년 6.7년에서 2018년 6.8년 등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 주택에 평균 거주하는 기간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 2020년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6년으로 전년(7.7년) 보다 줄었고,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8년)보다 0.4년이나 짧아졌다.

임차가구의 평균 거주기간도 줄었다. 임차가구는 평균 3.2년을 거주해 2017년(3.4년)보다 기간이 줄었다. 평균 거주기간이 짧다는 건 그만큼 주거 상태가 불안하다는 의미다.

실제 단기간 거주 가구 비율을 뜻하는 ‘주거이동률’(2년 내 현재주택 거주가구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2017년 35.9%에서 2018년 36.4%, 2019년 36.4%, 2020년 37.2%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년 이내 이사하는 가구 비율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주거상태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집을 가지고 싶은 가구는 더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주택보유에 대한 의식은 87.7%로 전년(84.1%) 보다 대폭 상승했다. 2017년엔 82.8% 수준이었다. 집은 ‘사는(Buy)’게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란 정부의 지속적인 강조가 국민들의 주택 보유 의식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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