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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왜곡 심화시키는 사전청약 확대…사실상 ‘先선분양제’ 도입[부동산360]
수급 왜곡 키울 ‘선선분양’…논란 확대
“수급 왜곡 확대, 시장 혼란 커질 것”
사전청약, 공급시점, 물량 모두 불확실
토지확보 않고 분양…지역주택조합사업과 닮아
“80%이상 토지 확보해도 좌초하는 경우 많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1차 ‘사전청약’에 사람들이 대거 몰리자 사전청약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선분양’보다 1~3년 앞선 ‘선(先)선분양’을 대거 늘리겠다는 것으로 불확실성을 키워 시장을 더 심하게 왜곡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1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민영주택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이 포함된) 2·4대책 공급물량 등에 대해서도 사전청약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달 중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논란이 커진다. 민영주택에 사전청약을 도입하겠다는 건 공공물량처럼 토지를 모두 확보하지 못해도 분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는 아닐텐데, 대상 물량부터 절차 등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

▶선선분양, 시장 왜곡 불가피= 문재인 정부는 출범초기 ‘선분양’도 주택건설업자에 짓지도 않은 주택을 팔도록 허용하는 특혜성 제도라며 폐지를 추진했다. 착공단계에 분양하는 선분양도 민간에 혜택을 주는 대책이라던 정부에서 선분양 보더 먼저(先) 분양하는 ‘선선분양’을 늘리겠다는 건 주택공급에 대한 철학이 없다는 걸 방증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선분양제도는 단기간 주택을 대거 공급할 수 있도록 하지만, 분양가와 입주시점 시장가격 간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를 유발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고 평가 받는 제도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부동산 경기 사이클과 실제 주택 공급(준공) 시점의 격차를 커지게 해 실제 공급이 필요할 땐 부족하고 침체될 땐 미분양이 넘치는 ‘수급의 왜곡’을 심화시키는 제도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선분양보다 1~3년 먼저 분양하는 사전청약은 이런 선분양제의 폐해가 더 왜곡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뜩이나 민간기업 특혜라며 선분양을 비판하던 정부가 ‘선선분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니 논란이 커질 게 뻔하다는 것이다.

선분양은 적어도 건설업체가 땅을 모두 확보하고 시작하는 것이니, 공급(준공)시점을 예상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선선분양은 공급시점은 물론, 실제 공급 실현 여부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아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사전청약은 토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양한다. 지난달 시작한 3기 신도시 1차 사전청약도 토지보상을 모두 마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사전청약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도심은 토지주들이 훨씬 더 많고, 대부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택지지구보다 토지 확보가 더 어렵다.

그러니 도심에서 사전청약을 확대하면 수급 왜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급한다는 물량은 정말 실현 가능한 수치인가? 엄청나게 몰려드는 사전청약 인파는 실제 입주를 꿈꾸는 실수요인가, 시세차익을 노리는 가수요인가?

▶지역주택조합 사업과 비슷한 사전청약=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사전청약’을 놓고 한 전문가는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토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차원에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직접 땅을 사고, 시공사를 선정해 집을 짓는 일종의 ‘공동구매’ 제도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사업은 대부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하다가 좌초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실제 올 초 서울시가 지역주택조합 현황을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착공률은 5% 수준에 그쳤다. 서울시 내 지역주택조합 100~120여곳 가운데 실제 착공한 조합은 5곳에 불과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도 초기엔 속도가 난다. 기본적으로 집을 지을 대상 토지의 50% 이상 확보해야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다. 조합원 모집은 ‘사전청약’과 비슷하다. 집을 짓기도 전에 지을 집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에서다.

80%이상 토지 사용 동의서를 받으면 조합설립인가를 받게 된다. 이 단계까진 대부분 도달한다. 어느 곳이든 개발을 원하는 토지주와 저렴하게 분양을 받고 싶은 주민들이 일정 비율로 있어서다. 문제는 이 이후부터다.

단 5% 토지를 추가 확보하는 데 수년씩 걸린다. 보상비를 높여달라며 버티는 토지주, ‘알박기’를 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이미 토지 사용 동의서를 냈던 다른 토지주도 주변 상황에 흔들린다. 결국 착공을 위해 필요한 95% 토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10년 이상 끌다가 좌초된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지정된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모습. [연합]

▶주민 동의율 10% 확보한 게 성과?=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 후보지로 지정한 곳의 주민 동의율이 10%이상이라거나 30%이상 동의한 곳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토지가 모두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단 10~20% 때문에 사업이 망가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봐도 별로 낙관하기 힘들다. 정부가 사전청약을 확대하겠다는 도심 공공주택 후보지 대부분 주민 반대가 심하다. 후보지 지정을 철회하기 위해 토지주 서명을 받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역 동측, 서울 신길4구역, 가산디지털 인근, 대구 달서구 신청사 주면, 부산 전포3구역, 부산 당감4구역 등 6곳은 이미 토지주 절반이상의 서명을 받아 후보지 선정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이중 지난 6일 후보지 철회를 요청한 서울 강북구 미아역 동측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는 정부가 지난달 단기간에 30% 이상 주민 동의를 확보했다며 2023년 착공이 가능한 모범지역으로 꼽은 곳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8·4대책과 올 2·4대책을 통해 공공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지역 대부분에서 벌어지고 있다. 토지를 모두 확보하지 못하고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역주민과 토지 소유주들의 반대로 사업이 자꾸 미뤄지거나 심지어 취소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사전청약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데 사전청약은 계속 늘리겠다는 태도다. 사전청약에서 공개한 분양가, 공급일정은 모두 ‘본청약에서 변경될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착공이 계속 연기되고,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처럼 지금 사전청약에서 내놓은 모든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걸 정상적인 공급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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