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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콧수염 기른 중동 형님이 배달왔어요” 불법 아닌가요?
[헤럴드경제=김진아CP]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인도나 파키스탄 분이신 것 같았어요. 콧수염 근사하게 기르고 배달 오토바이 몰고 계시더라고요 ” (배달 고객)

배달대행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지역 배달업체가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는 사례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배달업계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식당에서 중동, 동남아 국적으로 추정되는 배달기사들을 마주쳤다는 사연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도 ‘외국인 가능’이라고 설명한 배달대행 채용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달라이더는 사업소득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F-2(거주), F-5(영주) F-6(결혼 이민) 등 셋 중 하나의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만 라이더로 근무할 수 있다. 산업재해 처리 절차를 밟거나 혹은 제3자에 의해 고발돼 ‘무자격 노동자’임이 적발됐을 경우, 고용주 및 배달기사에게는 출입국 관리법 제 94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5일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배달대행 외국인’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자 수십여개의 구인 공고가 노출됐다.

하지만 외국인 배달기사를 불법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적지않다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실명 인증이 필요한 주문 접수 프로그램을 이용할 땐 고용주의 한국인 지인 이름을 빌리는 식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가 서울 관내 배달대행 업체 집중 단속에 나서, 외국인을 불법 고용한 고용주 등 관계자 4명과 배달 아르바이트에 참여한 외국인 166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지역 배달업체들이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주문 접수와 배달대행을 함께 서비스하는 배달 플랫폼으로 이륜차 기사들이 몰리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앱 사용시간은 약 280만시간으로, 1년 전 137만시간 대비 약 2배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배민 자체 배행 인력들이 이용하는 ‘배민커넥트’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만7000명에서 21만명으로 무려 13배 급증(안드로이드OS 기준)했다. 배달 시장이 커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사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문은 계속 늘어나는데, 기사들은 지역 대행업체를 떠나 대형 플랫폼으로 몰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식당 사장님들까지 플랫폼에 뺏기기 전에, 외국인이라도 채용해 대응하려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장 반감을 드러내는 것은 기존 배달기사들이다. 배달앱 및 배달대행 프로그램은 실시간 주문 수요와 기사 공급량을 반영해 배달기사에게 지급할 수수료를 책정한다. 배달기사 수가 늘어날수록 기사 개개인에 돌아갈 수수료 단가가 낮아지는 구조다. 단속하지 않는 이상 불법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 일단 외관상 외국인으로 보이면 출입국관리소 등에 신고해 검증해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자정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법취업·체류 외국인들에 의해 일자리가 잠식됐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기존 라이더들이나 가맹점주들이 떠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배달대행사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합법적인 외국인 고용을 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작성,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 관여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점검에 나서 제재를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 배달대행 프로그램업체 관계자는 “직영점의 경우 불법 채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지만, 지역 업체들에 대해서는 법규 준수를 당부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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