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EU "배분된 항공 슬롯 절반 못 채우면 회수"…항공업계 '불똥'
EU 집행위, 겨울 시즌 슬롯 의무 소진율 50% 결정
소진 못하면 차기년도 슬롯 배분서 제외
IATA "코로나19 변이 간과"…"빈 비행기 띄워야 할 수도"
항공업계 "화물 운송 극대화해도 못 채워"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유럽연합(EU)이 각 항공사에게 배분한 항공편의 절반 이상을 운항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슬롯(Slot)을 배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 항공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확산으로 유럽행 관광 수요가 전무한 상황에서 자칫 승객도 채우지 않은 비행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4월까지 운영될 올해 겨울 시즌 민간 상업 항공기 이착륙 슬롯 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발표된 슬롯 운영 방침의 주요 골자는 이착륙 슬롯 소진율50%를 차기년도 슬롯 배정 조건으로 재도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배분받은 항공편의 절반 이상을 띄우지 않은 항공사의 경우 배분됐던 슬롯을 내년부터는 반납하라는 얘기다.

슬롯은 항공기가 공항에 순차적으로 뜨고 내릴 수 있는 시공간적 순서를 의미한다. 항공사들은 공항별로 슬롯을 배분받아야 항공노선을 운항할 수 있다.

EU는 지난 1990년 이후 역내 항공수요가 급증하자 특정 시점에 공항 이착륙을 허가하는 슬롯 운영 관리 정책을 직접 운영해 왔다. 기존 방침에 따르면 항공사는 배정된 이착륙 슬롯의 80%를 실제 운항해야 다음해 슬롯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항공수요가 급감하자 EU는 항공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슬롯 의무 소진율 조건을 유예했다. 이번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은 이같은 유예 조치를 단계적으로 원상복구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아직 관광 등 항공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50% 슬롯 의무 소진율 조건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국제항공여행협회(IATA)는 "EU의 결정은 항공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로 항공사가 이착륙 슬롯을 유지하기 위해 승객이 없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항공편을 운항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IATA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해가는 EU 역내 항공 운송시장과 달리 유럽과 아시아 국가간 여행이 금지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변경된 슬롯 운영 방침은 아시아 항공사에 부담이 집중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운항률은 20~3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우리나라 공항에 이착륙한 비행기 수는 총 7만2547대로 지난해 하반기 6만4231대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상반기 29만6063대와 비교하면 2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기로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4월까지 50% 소진율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실제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슬롯이 회수될 경우 유럽 항공사들이 채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부가 IATA 등과 협조해 EU측에 유예조치 연장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