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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를 위한 은행”...빅테크에 맞설 플랫폼 혁신에 다걸다 [은행시대의 종말 ①금융 플랫폼 전쟁]
저효율 인력 ‘생산성 향상’으로 위기돌파
비대면으론 한계있는 IB·WM 차별화
소매금융 거점점포화·무인시스템 확대
생활 플랫폼과 협업 ‘BaaS 모델’ 구체화
탈중앙화 ‘프로토콜 경제개념’ 적극 도입

“플랫폼 전환, 성장 전략이라기보다,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은행들이 아닌 플랫폼을 선언한 것은 카카오뱅크 뿐 아니다. 기존 은행들도 플랫폼으로의 변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통적인 인력 운영과 사업 방식으로는 금융시장을 공략하는 플랫폼 기반 빅테크와 경쟁이 안 된다는 위기감이다. 인력과 조직을 플랫폼 사업에 최적화되도록 개편하고, 플랫폼 사업 영역을 비금융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이유다. 빅테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는 동시에, 아직 비교우위에 있는 유무형 금융·고객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려는 전략이다.

▶낡은 틀의 족쇄=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이래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는 등 디지털 금융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 대면 영업 위주의 비용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예금상품 등의 비대면 거래 비중은 이미 70~80%에 달한다. 은행 직원들이 고객을 영업점에서 직접 응대할 일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인프라가 강화되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여수신 업무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데 사실상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의 이익경비율은 지난 2018년 말 51.78%에서 올해 3월 기준 51.99%로 오히려 더 높아졌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는 신생 은행임에도 이익경비율이 절반 넘게 줄며 48.3%로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판매관리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60%를 넘을 정도다. 이는 총자산이익률(ROA)에 그대로 나타난다. ROA는 기업의 일정기간 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로, 특정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4대 은행의 평균 ROA는 2018년 0.64%에서 0.48%로 낮아졌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빠른 자산성장에도 지점비용 및 영업직원 인건비 부담이 제한되며 이 기간 ROA가 0.7%포인트 높아졌다.

▶4대 은행지주 할인된 미래가치, 기업가치 ‘굴욕’=기업가치를 봐도 4대 은행이 속한 4대 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KB(0.46배), 신한(0.47배), 하나(0.41배), 우리(0.33배) 등에 불과하다. 시장가치가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재 부실이 많거나, 앞으로의 기업가치가 현재만 못할 것이란 평가인 셈이다. 후자 쪽이다.

카카오뱅크의 공모가(3만9000원) 기준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으로 PBR은 3.4배 수준이다. 카카오뱅크가 상장으로 자기자본이 2배 가까이 불어나게 되면 더 많은 수익이 가능해지고, 이는 다시 순자산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 기대로 4대 금융지주 대비 프리미엄이 계속 유지된다면 시가총액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한 은행지주의 재무담당 임원은 “전통 은행들이 ROA를 더 열심히 챙겨야 하는 시대”라며 “비대면 영업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를 시장도 냉정히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IB·WM...사람이 미래다=결국 은행들은 보유한 모든 유무형 자산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렇다고 수 만 명에 달하는 직원을 단시간에 감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고용·금융소외계층 지원 등의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해 인력과 영업점의 규모를 급격히 줄일 수도 없다. 결국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전통적인 은행 업무에 특화된 저효율 인력을 플랫폼으로의 변신에 맞춘 고효율인력으로 전환시키는 전략이다.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 고액자산관리 등의 업무는 비대면 인프라에만 쏠린 빅테크에는 진출이 어려운 분야다. 특히 개발자 등 디지털 역량 확보를 위한 조직문화 혁신이 관건이다. 현재의 연공서열 문화로는 성과중심 문화인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우수 디지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 투자(IB), 자산관리(WM), 디지털 부문의 전문인력을 내부에서 육성하는 동시에, 소매금융 부문에서는 영업효율성 제고를 위해 거점 점포화와 무인 시스템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을 넘어, 일상이 은행이다=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일도 시급하다. 우선 시중은행들은 배달의 민족, 야놀자 등 다양한 생활플랫폼 기업들과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에 특화된 종합생활플랫폼을 구축이 목표다. 금융 플랫폼 만으로는 빅테크 플랫폼과의 고객유치 경쟁에서 열세에 설 수 밖에 없다.

플랫폼 금융 시대에 은행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는 ‘서비스형 은행(BaaS)’이 주목받고 있다. BaaS는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 등이 은행관련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이미 글로벌 은행들은 오픈뱅킹 등으로 업무영역을 잠식 해오던 빅테크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BaaS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 역시 기업 재무·회계 플랫폼, 게임 플랫폼, 생활 플랫폼 등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BaaS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 금융, 플랫폼 사업과 관련해서 방어적 태도가 아니라 개방적이로 공격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비금융 플랫폼과 협업 관계를 맺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데 BaaS 모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독점본능...프로토콜 경제, 대안으로=일각에서는 새롭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프로토콜 경제’ 개념을 은행 폴랫폼에 도입해 새로운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로토콜 경제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정보 독점, 이익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분산하고, 중개 비용을 최소화하며, 공정한 분배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개념이다. 프로토콜 경제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블록체인이 꼽힌다. 은행들이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비대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고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이다.

KB경영연구소 이창우 연구위원은 “프로토콜 경제가 추구하는 탈중앙화는 기존 금융기관에 위협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거대 플랫폼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환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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