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연봉 절반도 드려요”…보험설계사 스카우트에 억대 이적료 등장 ‘점입가경’ [인더머니]
업계 평균이 3000만원선
개인사무실·비서·법카까지
정부 수당 한도로 제한하자
설계사 수 앞세운 영업 경쟁
규제 사각…막을 근거 없어
수수료 원천 계약자만 피해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 A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은 이달 파격적인 경력 채용 공고를 냈다. 지난해 2억원 이상 번 설계사에게 연봉의 50%를 신인정착지원비(스카우트와 정착비)를 주겠다고 내걸었다. 작년 소득이 1억원~2억원이면 연봉의 40%, 4000만원~1억원이면 30%로 설정됐다. 이직과 동시에 적게는 1200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직 인센티브는 100% 선지급된다. 지원 기간은 이달부터 12월까지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대형 GA가 이같이 전년 소득의 최대 50%까지 이직 인센티브로 주겠다는 공고를 내걸고 있다. GA 업계 내 설계사 리크루팅을 둘러싼 과다 경쟁은 한두 해의 일은 아니지만 올 들어 인센티브 수준이 크게 올랐다. GA로 이직하면 최소 3000만원은 수령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이른바 ‘영업왕’ 설계사는 1억원 정도는 쉽게 챙길 수 있다. 여기에 개인사무실, 비서, 법인카드 등은 덤이다.

한 대형GA 소속 설계사는 “과거 신인정착지원비 3000만원은 많은 편에 속했지만 이젠 최소 금액이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또 암암리에 인센티브를 협상했던 것과 달리 이젠 대놓고 채용 공고에 명시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1200% 룰’의 풍선효과가 꼽힌다. 올 1월부터 시행된 1200% 룰은 1년차 모집수수료를 월 납입보험료의 120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다. 통상 설계사들은 보험 상품 팔면 1~3년에 걸쳐 수수료를 나눠 받는다. 첫해에 지급하는 수수료 규모를 제한해 과도한 수수료 경쟁과 철새·먹튀설계사 양산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 결과 GA는 수수료 경쟁을 유도하는 식의 기존 영업 방식을 쓰기 어려워졌다. 대신 외부 설계사 영입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1200% 룰로 예년보다 소득이 줄어든 설계사들의 수요와도 맞아 떨어졌다.

규제 허점 덕에 가능한 일이다. 1200% 룰은 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수수료만 규제 대상이다.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GA가 유보금을 활용해 신인정착지원비로 얼마를 쓰든 제재할 근거는 없다. 철새 설계사 양산을 막겠다는 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과도한 시상비 지급도 마찬가지다. 일부 GA는 판매 1건당 지급하는 ‘시상(施賞)’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기존 300%에서 500%까지 상향했다. 늘어난 시상을 고려하면 첫해 수수료가 실질적으로 1300%로 확대되는 효과가 생긴다.

여기에 자회사형 GA 출범 등으로 업계 경쟁이 격화된 것도 한 몫했다. 신한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올 초 자회사형 GA를 만들면서 설계사를 적극 영입하자 위기감을 느낀 기존 GA들도 신인정착지원비를 대폭 높인 것이다.

문제는 잦은 이직과 과도한 인센티브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GA는 높은 몸값을 지불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실적을 요구한다. 3~5년 내 목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해면 이후 소득에서 차감한다.

설계사는 성과 압박에 기존 고객을 끌고 오기까지 한다. 친한 고객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도록 유도하고 신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승환계약’이다. 고객 입장에선 중도 해지에 따른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은 설계사의 이동으로 기존 계약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장검사 등을 통해 ‘1200% 룰’ 운영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라며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GA 역시 초년도 수수료 상한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국이 편법 사례를 적발하더라도 1200%룰 준수 의무는 보험사에 있는 만큼 별다른 조치를 취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kwat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