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내 매체에서는 ‘남북 통신선 복원’ 보도 안해

내부결속 신경 쓴 듯…“크게 중요한 사안 아냐”라는 의견도

北 ‘통신선 복원’ 노동신문 非보도…주민들엔 알리지 않아
북한이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제7차 전국노병대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북한이 전 주민을 대상으로 배포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관련 소식을 아예 싣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지난해와 달리 ‘자위적 핵억제력’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남북미관계 관련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김 위원장이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전승절’) 68주년이었던 전날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탑 앞에서 열린 제7회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남북 합의에 따라 전날 복원한 남북통신연락선에 대해서는 보도를 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에 게재된 당국의 입장은 주민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이 되곤 했다. 지난해 6월 김여정 당시 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을 문제삼은 대남 비난담화가 노동신문에 게재된 이후 북한 주민들은 대남 규탄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담화 이후 북한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식량난 등으로 내부 결속 다지기에 집중하면서 대남기조 선회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연락채널을 복원한다고 해서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제재 완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다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해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신선 연결은 분명 환영하고 좋은 일이지만, 박수치고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며 “오히려 통신선 연결은 북한에게 대외변수를 신경 안쓰고 대내적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행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김 위원장의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도 남북 연락채널 복원에 대한 발언은 없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지난해와 달리 연설에서 ‘자위적 핵억제력’을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에 게재하지는 않았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다시 발을 내딘 만큼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국방력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우리는 어떤 정세나 위협에도 대처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내용의 한 문장으로 끝났다.

대신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내부결속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로 되고 있다”며 “전승세대처럼 우리 세대도 오늘의 어려운 고비를 보다 큰 새 승리로 바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