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땡볕 훈련에 쓰러진 경찰 교육생…3시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 중태
탈진자 3명 중 가장 심각한 상태인데도 마지막 구급차 이송
병실 찾아 헤매는 동안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도 못 받아
피해자 가족 “관리 소홀” 분통…경찰 “기온 고려 훈련” 밝혀
일요일이었던 지난 25일 ‘폭염경보’ 속에서 이뤄진 야외 훈련을 받다 쓰러진 20대 경찰 교육생이 3시간 동안 심폐소생술(CPR) 등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못 받고 빈 병상을 찾아 ‘병원 뺑뺑이’를 했던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폭염경보’ 상황에서 야외 훈련을 받다 쓰러져 중태에 빠진 20대 경찰 교육생이 3시간 동안 제대로 된 응급처치도 못 받고 빈 병상을 찾아 병원을 돌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폭염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을 강행한 경찰의 안일한 안전 의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중앙경찰학교는 일요일이었던 지난 25일 오후 4~6시 서울경찰청 101경비단 소속 교육생들에 대한 야외 훈련을 진행했다. 오후 4시부터 4시30분까지는 제식훈련과 체력훈련을 했고, 5시부터 6시까지 구보훈련이 이어졌다.

당시 충주시는 21일부터 5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경찰청 혹서기 훈련지침은 폭염경보 때 야외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기상청도 폭염 시 가장 무더운 시간인 오후 2~5시엔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야외 훈련이 강행된 것이다. 101경비단은 ‘폭염주의보’로 착각해 훈련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구보훈련 중 A(27)씨를 포함한 3명의 교육생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탈진해 쓰러졌다. 119 신고 후 현장에 도착한 구급차 2대가 다른 2명을 먼저 싣고 인근 응급실로 후송했다. 훈련장 안쪽에서 쓰러졌던 A씨는 경련과 함께 의식과 호흡이 불안정한 증상을 보였지만 이보다 늦게 도착한 구급차를 타야 했다.

A씨는 인근 종합병원인 건국대충주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으나, 병상이 부족해 응급실을 찾아 충북 청주까지 이동해야 했다. 그곳 종합병원에서도 자리가 없다고 해 치료를 받지 못했고, 오후 9시가 돼서야 다시 건국대 충주병원으로 돌아와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있었다. A씨는 이튿날 새벽 장기 출혈이 발생해 긴급히 수혈을 받는 등 위독한 상태다.

A씨의 가족들은 당시 쓰러진 교육생 중 A씨가 가장 심각한 상태였는데도 먼저 병원에 이송되지 않았고, 병원만 도느라 3시간가량 제대로 된 응급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교육장 내 의료진도 없는 상황에서 폭염 속 야외 훈련을 강행한 것도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비판했다.

A씨의 한 가족은 “쓰러진 뒤 의식이 없고 호흡도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구급차에 가장 늦게 실렸고, 3시간 동안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 조치 없이 식염수로 몸만 닦았다고 한다”며 “병원에 입원해서야 기관 삽관을 했는데 제때 산소가 뇌로 공급됐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일요일이라 병원 내 의료진도 없었는데, 폭염 속에서 무리하게 훈련을 진행했다”며 “학교 측의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훈련이 있던 일요일은 휴일이라 보건인력이 출근하지 않았다”며 “혹서기 훈련지침과 기온 등을 고려해서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쓰러진 환자 중 가장 중증이라고 판단돼 현장에서 유선을 통한 의료 지도하에 산소 투여, 정맥로 확보, 냉찜질 등 응급조치를 하느라 13분가량 소요됐다”며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맥박이 뛰고 있어 CPR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