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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 리프트 호출 버튼 사용 답답”…어느 70대 할아버지 ‘한숨’
휠체어 탄 70대 할아버지 “휠체어 리프트 타기 어려워” 토로
휠체어 리프트 호출 버튼 기능 미비 보여
제대로 버튼 눌렸는지 알기 어렵고 직원 소리 안 들려
70대 할아버지 “작은 불편함도 크게 다가와”

지난 23일 정오께 서울 종로구 지하철 종로3가역 5호선과 3호선 사이 계단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를 정연배(73·남) 할아버지가 타고 내려가고 있다.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휠체어 리프트를 타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

지난 23일 정오께 서울 종로구 지하철 종로3가역 5호선과 3호선 사이 계단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앞. 지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한 정연배(73) 할아버지가 리프트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앞만 바라보는데 정말 미동도 없으셔서 무슨 일이신가 싶어,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여기서 리프트를 기다리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리프트를) 타기 위해 계속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도와주는 지하철 직원이 당장나타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면서 “5분만 더 기다려보고 안 오면 집으로 되돌아가려 한다”고 하셨습니다.

정 할아버지는 “월드컵 경기장역으로 가기 위해 이곳에 와 휠체어 리프트에 달린 호출버튼을 눌렀다”며 “호출 버튼을 눌렀는데도 리프트를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원들이 나타나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호출 알람을 듣고도 리프트 관리 직원들이 할아버지에게 오지 않았다면 큰 문제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해당 지하철역 휠체어 리프트 관리부서에 전화해, ‘호출 버튼을 듣고서도 사람을 보내지 않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관리부서의 설명은 정 반대의 내용이었습니다. 정 할아버지가 당도한 시점에 어떠한 ‘호출 버튼 알림’도 온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혼동이 됐습니다. 할아버지가 호출 버튼을 눌렀다고 착각하고 기자에게 말씀을 하신 것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지하철 직원이 실제로 호출 버튼이 울렸지만 이를 숨기고 거짓 변명을 한 것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둘 중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려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이런 잘잘못 구분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출 버튼을 실제로 눌러보니 할아버지의 착각 여부를 떠나, 버튼 자체의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성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서울 종로구 지하철 종로3가역 5호선과 3호선 사이 계단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에 설치된 호출 버튼의 모습. 버튼 위에 관련 직원 사무실 전화번호가 안내돼 있다. 김지헌 기자

해당 지하철 역의 휠체어 리프트 호출버튼을 작동시키자 두 가지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호출 버튼을 눌렀을 때 번쩍이는 알림등이 켜지거나 버튼 누름 알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알림등이 켜지거나 소리가 나지 않으면 호출 버튼을 누른 당사자 입장에서, 제대로 호출 버튼을 누른 것인지 스스로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호출 버튼 위에 향균 필름도 덧붙여 놨습니다. 손가락의 눌림 느낌만으로는 버튼이 제대로 눌린 것인지,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호출 이후 기기에서 들리는 직원의 음성이 너무 작다는 것입니다. 버튼을 세게 2~3차례 누르자 호출에 응답하는 직원의 음성을 해당 호출 기기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요. 직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30대인 기자의 귀에도 정확히 들리지 않았습니다. 기자가 “지금 어떤 말을 하셨는지 한번만 더 얘기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호출 음성이 들리는 역내 공간이 넓다보니 직원 음성이 울려 발음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주변 소음도 심했습니다. 리프트가 설치된 장소 뒤편으로 커다란 환풍기가 돌아갈 때 나는 "웅~"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휠체어를 탄 70대 할아버지가 호출버튼은 제대로 눌렀을지, 눌렀다면 직원의 음성은 제대로 들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추후 역내 리프트 관리 사무소에 직접 전화를 따로 건 뒤에야, 찾아온 해당 직원의 도움으로 리프트를 타고 지하철 통행 공간까지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휠체어 리프트를 무사히 타고 내려간 정 할아버지는 “휠체어 리프트가 있어도 장애인 입장에서 타는 데 여러문제로 인해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그래서 리프트보다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낫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기능상 미비가 거동이 어려운 분들에게 큰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해당 휠체어 리프트는 지난 2005년 7월에 설치됐다고 합니다. 햇수로 16년이 된 리프트였습니다.

정 할아버지는 사건 사흘 뒤 기자와 통화에서 “호출 버튼이 눌렸는지 안 눌렸는지도 명확하지 않고, 언제까지 도움주는 직원을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이용할 때마다 답답했다”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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