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과 비슷한 폭염, 온열질환 비상

바람없고 습도높은 후덥지근한 날

소아, 열흡수율 높고 땀 생성능력 낮아

고온환경에서 성인보다 열배출 어려워

열방치땐 열탈진·열사병 등 중증 발전

탈진땐 활동중단·시원한 곳으로 이동

목 마르지않더라도 충분한 물 섭취를

폭염에 더 취약한 아이들...수시로 체온체크는 필수!

장마가 사실상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번주부터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인한 강한 폭염이 길게는 한달 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열대야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열대야란 일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즉 밤이 되어도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기상청은 이번 주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난 곳이 많았다고 밝혔다. 서울도 밤 최저기온이 26.3도를 기록하며 첫 열대야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보다 23일이나 빨리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 올해 무더위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과 비슷한 기온 양상, 온열질환 비상=체온과 관련 있는 만큼, 온열질환은 폭염일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0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의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폭염일수는 비례하여 증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폭염일수가 적은만큼 사망자도 적었으나,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주부터 열돔 형태의 폭염이 찾아올 전망으로, 2018년과 비슷한 양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몸 식혀주는 속도보다 체온 올라가는 속도 빨라 발생=우리 몸은 바깥 온도에 영향을 크게 받아서 추우면 피부 온도가 내려가고 더우면 피부 온도가 올라가지만, 체온은 체온조절중추가 있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바람이 불거나 공기가 건조할 때는 기온이 높더라도 땀이 잘 증발하지만, 바람이 없고 습도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에는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더 덥게 느껴진다. 온열질환은 이렇게 땀이 몸을 식혀줄 만큼 충분히 나지 않은 상태에서 체온이 올라갈 때 생긴다.

▶아이는 어른보다 열 배출 더욱 어려워 세심한 관찰 필요=소아는 기본적인 신진 대사율이 높아 열이 많고, 체중당 체표면적비는 높아 고온 환경에서 열 흡수율은 높고 땀 생성능력은 낮아 열 배출이 더욱 어렵다. 생리적 적응 능력도 떨어져 성인보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열에 더욱 취약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성훈 교수는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호흡이 빨라지고, 과도한 호흡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배출된다. 동맥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지면 호흡곤란, 어지럼증, 손, 발이 저리고 마비되는 느낌, 실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중심체온은 40도까지 상승 할 수 있어 체온이 너무 높아지지는 않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치료&예방법은 나이별 차이 없으나 증상은 소아가 더 심해=온열질환을 심각하지 않게 여겨 그대로 열에 방치하면 열 탈진, 열사병 등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소아의 경우, 중증 온열질환에 따른 증상이 성인에 비해 심해 더욱 위험하다.

▷열 탈진은 중심체온이 37도 이상 40도 이하로 증가하면서 힘이 없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땀을 많이 흘리고, 창백함, 근육경련, 의식의 경한 혼미, 중등도의 탈수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전해질 불균형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일부의 경우 열사병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열 탈진을 신속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열 탈진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환경(자연 그늘, 냉방 차량, 에어컨이 설치된 건물)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원한 공간에서 과도한 의복은 벗기고 스포츠음료 등 전해질을 함유한 찬 음료를 마시면 대부분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열사병은 체온 조절 중추의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장시간 뜨거운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몸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열사병으로 진행이 되면 중심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발작, 정신 착란, 환각, 운동 실조증, 구음 장애 또는 혼수상태와 같은 더 중대한 신경학적 증상을 보인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빨라지며, 구토와 설사도 동반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의식이 저하될 경우 빨리 119에 신고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목마르지 않더라도 충분히 수분 섭취해야=온열질환을 예방을 위해 김명천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바깥 온도가 매우 높을 때는 바깥 활동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20∼30분마다 충분한 물을 마시도록 한다. 무더운 곳에서 활동할 경우에는 시작하기 전에 미리 물을 충분히 마셔주며 차와 커피나 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옷은 땀 흡수가 잘 되는 가볍고 밝은 색의 긴팔 옷을 입고, 햇볕에 나갈 때는 모자나 양산을 쓰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특히 열사병이 의심되는 환자를 목격했다면, 우선 환자를 그늘로 옮기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물에 적신 얇은 천을 환자 몸에 덮어주고,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한다. 만약에 의식이 없다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어 물을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성인=실내 운동이라 방심 금물, 소아 = 인지 어려워 세심히 관찰 필요=김명천 교수는 “과거에는 격렬한 실내운동으로 인해 열사병과 근육파괴(횡문근유해증)로 응급의료센터로 이송 되어오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로 인해 실내에서도 격렬한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시원한 실내운동이라도 땀을 배출하지 못하면 중심체온 상승으로 인한 열사병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훈 교수는 “어린아이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다.”라며 “특히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뛰어노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초반에 증상이 가볍다고 무시하면 열 탈진, 열사병 등 중증 온열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아이의 체온을 수시로 체크하고 물을 수시로 마시게 하는 등 체온과 수분 관리를 꾸준히 해줘야 한다.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