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 한일정상회담이 재추진된다. 주한일본외교관의 돌발 망언으로 결국 정상회담이 무산됐지만 그간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의 숙원인 임기내 양국간 관계복원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오후 참모회의에서 방일이 무산된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양국 정상이 언제든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실무적 협상은 해나가라”고 지시했다고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밝혔다. 박수석은 “(문 대통령의 말씀이) ‘해나가자’가 아니라,‘해나가라’였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특히 “문 대통령이 강력하게 의지를 담긴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또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성과가 진척이 되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다시 출발해서 외무장관 회담 등 이런 것들이 이어가게 된다면 아마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도 “일본도 의지가 강하고 우리는 기본적으로 의지가 강한 것이기 때문에 계기만 잘 마련이 되면 문 대통령의 임기 안에 양국 정상이 회담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저희는 소망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한일정상회담 협상과정에서 ‘진전된 성과’가 있었다며, 이를 강조하고 있다. 박 수석은 “분명한 것은 양국 간에 굉장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한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고 상당 부분 성과가 쌓여 있다”고 했다. 실질적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적으로 협상한 내용을 밝히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 ‘수출 규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배출 문제’등을 한일 현안으로 열거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재추진에 대한 일본측의 의지도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수석은 “ 스가 총리의 말씀을 보면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저희가 실무 협의를 하는 과정 중에서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제가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일본도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전날 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된 후 기자들과 만나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문 대통령 혹은 한국 외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외교관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발언이며 유감”이라고 했다.

한일관계 복원은 문 대통령의 임기말 숙원이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3·1 절 기념사에서도 “과거에 발목잡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등 관계 회복 의지를 수차례 드러낸 바 있다. 인도태평양 구상의 일환으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압박도 한일관계 복원의 필요성을 더했다.

한국정부는 ‘미흡한 성과’를 강조하며 협상력을 높여가고 있었지만 문 대통령을 겨냥한 소마 공사의 망언으로 방일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결국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서면을 통해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며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화했다”고 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