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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들기 무섭게 팔린다…美는 지금 ‘자동차 대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제조사 생산 수요 따라가지 못해
저금리와 부양책 등으로 수요 급증…신차·중고차 가격 끌어올려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시장이 미친 것 같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뜨겁다. 정확히는 ‘차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고객들은 전시장에 도착하지도 않은 차를 미리 보증금을 걸어가며 선점하기에 바쁘고, 덕분에 물량은 출시와 동시에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 대란’이 심화하면서 신차 가격과 중고차 가격이 동시에 상승, 최근 달아오르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논쟁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자동차 대란’과 관련, “미국인들이 전역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신차들을 빠르게 사드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딜러인 릭 리카트는 NYT와 인터뷰에서 약 3주 후 대리점에 도착 예정인 기아 텔루라이드 차량 40대가 이미 모두 팔린 상태라면서 “고객들이 이미 계약서에 서명을 하거나 보증금을 냈다. 차량이 차고에 머무는 시간은 불과 몇 시간도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차와 중고차 모두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10.5%, 전년동기대비 45% 증가했다.

자동차 대란의 배경은 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단 공급 측면에서는 반도체 수급 문제가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된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현상으로 제조사들의 생산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신차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 모델에 탑재돼 있던 특정 기능을 없애는 식으로 제한된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하고 있는 상화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차량이 정차할 때 엔진을 자동으로 끄는 ‘스탑 앤 스타트’ 기능을 일시적으로 없앴다. 푸조는 일부 자동차 모델에서 디지털 속도계를 아날로드 속도계로 대체했다.

여기에 강력한 경기 회복세와 저금리,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동안 쌓인 저축과 공격적인 정부 부양책이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자동차 수요 공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했다.

정치권은 공화당을 필두로 자동차 가격 폭등세 등을 비롯해 일련의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바이든 현 행정부에 돌리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서명한 1조9000억달러(2100조원)의 대규모 부양책이 급격한 가격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5.4%로, 이 중에서도 중고차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동차 수급 대란과 가격 상승은 중간 거래상인 딜러들의 배만 채우고 있다. 자동차 컨설팅사인 하이그 파트너스의 앨런 헤이그 대표는 “소비자들의 강한 수요와 제조업자들의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딜러들의 수익만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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