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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혹하기로 악명 높다?” 한국 기업문화 해외서 ‘바보’ 조롱
[그래픽=김진아 CP]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한국 기업의 바보 같은 문화… 피하세요!”(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회원)

한국의 직장문화에 녹아 있는 ‘Gapjil(갑질)’이 해외 누리꾼의 구설에 올랐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한국의 기업문화를 ‘가혹하기로 악명 높다’고 비판하면서다. 시간 외 근무를 아무렇지 않게 강요하는 권위적 상사,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업무만 던져주는 시스템 등을 꼬집었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자 한국 기업문화를 경험한 적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들이 격한 공감을 드러냈다. ‘갑질’문화에 충격을 받은 누리꾼은 ‘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발간한 최신호에서 ‘한국의 IT기술자들은 직장에서 형편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발간한 최신호에서 ‘한국의 IT기술자들은 직장에서 형편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헤드라인에는 글 대신 ‘(;—,_—)’ 모양의 이모티콘을 달았다. 땀을 흘리는 무표정에 팔자 주름까지 깊어진 얼굴로, 한국 직장인들을 묘사했다.

우선 기사는 한국의 직장문화를 ‘가혹하기로 악명 높다(notoriously punishing)’고 묘사했다. 특히 삼성과 같은 기술 대기업 외에 미국 실리콘밸리를 좇으려는 신생 IT기업들도 한국 특유의 오랜 직장 갑질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네이버의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과, 카카오가 직원 간 인신공격을 조장하는 인사평가 시스템을 운용해 지탄을 받았던 것을 거론했다. 또 쿠팡 물류센터의 화재 사고, 크래프톤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도 언급했다.

매체는 “한국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시간에 대한 통제권이 거의 없고, 잘못된 경영에서 벗어날 기회도 거의 없다”며 “권력을 남용해 부하직원들에게 소리 지르고, 무보수로 철야·주말근무를 시키며, 개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회식을 강요하는 고위 경영자들의 권위적 태도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한국 근로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 기업의 실적에 대한 집착과 한국 기업의 수직적 문화 등 각각의 최악만 합쳐놓은 것 같다” 등의 평가를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이 기사는 게재 이후 여러 매체에서 인용됐고,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의 가십거리로까지 등장했다. 지난 14일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 이코노미스트 기사 내용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하루 만에 달린 댓글은 수십개에 달한다.

우선 한국 기업의 부조리한 업무문화에 공감한다는 해외 누리꾼의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레딧 회원은 야근과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최근 본사에서 초과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후 6시와 주말에는 전력을 차단하겠다는 규정을 마련했다”며 “하지만 우리 팀장은 6시에 퇴근하는 대신, 6시 이후에도 야근할 수 있도록 휴대용 선풍기를 가져와야 한다고 통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바보 같은 직장문화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그는 “한국 기업에서는 팀장이 부하직원을 완전히 통제하는 ‘이상한 역동성(weird dynamic)’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당신은 일하는 것, 점심을 먹는 것, 심지어 저녁을 먹는 것까지 팀장과 함께해야 한다”며 “팀장 허가 없이는 타 부서와의 회의에 참석할 수도 없다. 심지어 회사 대표가 직접 나를 그 자리에 초대했는데도…”라고 회상했다.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한 누리꾼은 “만약 내가 제시간에 집에 가는 유일한 직원이라면, 남아 있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나는 팀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문제는 정작 그걸 감수했던 이들이 10년 뒤에 관리자가 되고 나면 ‘나는 그간 희생을 감수했는데 왜 요즘 직원들은 쉬운 길만 걸으려 하느냐’는 논리로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이 이에 대해 “이런 짜증 나는 시스템을 깨부술 방법은 없느냐”고 묻자 “50세가 넘으면 된다”고 자조 섞인 답변을 남겼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한국 기업이 변화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면 직원들로선 그간 시간이 증명해준 갑질대처법을 택할 수 없다. 겉으로는 웃어주고 그냥 참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누리꾼은 이 대목을 주목하며 “아주 재미있는 ‘해결책’이다” “갑질은 참으면 참을수록 더 심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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