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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코로나가 만드는 대선 판도

“지금 시각 오후 11시50분. 스마트폰으로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백신 예약 시스템에 접속한다. 내 앞에 있는 대기자가 3만명이 넘는다. 내 뒤에 있는 대기자 수는 1분마다 1만명 정도씩 늘고 있다. 사이트 접속까지는 40분 남았다고 뜨는데, 시간이 지나도 남은 시간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다 2시간여 만에 드디어, 드디어 접속이 됐다. 이름을 기입하고 본인 확인까지 다 끝나, 접종 의료기관 찾기를 눌렀는데 또 먹통이다. 이러기를 10차례 정도 하니 드디어 예약을 완료할 수 있었다. 두 시간 반 만의 ‘쾌거’다. 로또 맞은 기분이다. 시계는 벌써 오전 2시30분을 향해 가고 있다. 자려고 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안 온다. 너무나 화가 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새벽 코로나19 백신 예약에 성공한 50대 후반의 체험담이다. 예약에 성공했으면 기뻐하는 것이 당연할 텐데 그가 화가 난 이유는 정권의 자화자찬 때문이다. 정권은 툭하면 ‘K-방역’이 어쩌고 하면서 자화자찬하는데, 백신 예약도 이 고생을 하면서 해야 하니 화가 날 만도 하다. ‘백신 휴가’만 필요한 게 아니라 ‘백신 예약 휴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12일 오전 어떤 인터넷 기사의 제목은 ‘선착순 아닌데도’였다. 맞다. 이론적으로는 선착순이 아니다. 하지만 60세 이상이 백신 접종을 할 당시에도 일부 예약자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부족으로 인해 정부에 의해 예약이 취소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50대 후반들은 남보다 빨리 백신을 예약하고 남들보다 빨리 백신을 맞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12일 오후, 50대 후반의 백신 예약은 일시 중단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오는 26~31일의 예약은 일시 중단했으며 다음달 2~7일자의 예약도 확보된 예약분이 소진되면 마감될 예정’이란다. 결국 선착순이 된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백신이 부족한 게 아니라 ‘공급 확정’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공지하거나 접종 연령대를 좀 더 세분화했어야 했다. 결국 정부 스스로가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치적으로 정권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월요일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다. 리얼미터가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5∼9일 전국 만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1.1%였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 시기를 보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제대로 반영될 수는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다음 여론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여야 대선 주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여당 주자들은 지금까지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당의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기 때문에 현 정권을 밟고 일어서는 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게 되면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전략 수정은 현재 ‘반(反)이재명’ 후보로 불리는 친문(친문재인) 후보들의 입지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지지율이 일정 부분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고 보이는 이낙연 후보의 입지도 주목할 만하다. 반대로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야당의 공격 포인트는 다양해질 수 있다. 한 마디로 코로나19가 대선판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4차 대유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5차 대유행이 다시 발생할지가 대선 판도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생각이다. 그야말로 코로나가 만드는 대선인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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