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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추경안 수정의 방향

정부가 의욕적으로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수정론이 무성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셧다운에 준하는 4단계로 격상되면서 자영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제활동이 사실상 마비되는 등 피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경안 수정론이 원칙과 철학 없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여야 대표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가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가 하면, 소비진작예산을 소상공인 피해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는 근시안적 주장도 득세하는 분위기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까지 가세하면서 이러다간 국민혈세로 편성한 역대 최대 33조원 규모의 추경이 ‘산’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실 이번 추경안을 보면 빠듯한 재정상황에서 코로나 피해 지원과 양극화 완화, 경제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 두루 담겨 있다. 비록 천문학적 재정적자가 예정돼 있지만 추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일부를 국채상환에 쓰면서 필요한 곳에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때문에 이를 수정하더라도 최근의 코로나 상황에 따라 일부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먼저 국민지원금은 피해계층을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1차 지원금 때도 정부는 하위 70% 지급을 추진했으나 지원 대상 선별에 따른 행정비용 등을 이유로 전 국민 지원으로 방향을 튼 바 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과 행정편의주의의 산물이었다. 1년이 지나도록 이의 보완책 없이 똑같은 논란을 벌이는 데 대한 정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지만 이번엔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중층적으로 설계해 하위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고 상한을 85~90%로 확대하더라도 지급액을 낮추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행정비용이 더 들더라도 선별지원의 선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6000억원이 책정된 집합금지·영업제한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보상예산은 증액이 불가피하다. 다만 개별 소상공인의 피해와 손실을 더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이 동반돼야 한다. 손실보상이 법제화된 만큼 향후 피해보상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로 신용카드 캐시백과 소비쿠폰, 지역상품권 등 소비촉진책은 추경사업에 포함하되 방역상황에 맞춰 시행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이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시안적이다. 오히려 소상공인 피해와 소비위축이 심화하고 있기에 향후 백신접종 확대와 코로나 진정을 겨냥해 소비촉진예산을 더 많이 배정할 필요도 있다.

이같이 추경안을 수정한다면 재원이 더 필요할 수 있지만 이를 적자국채 발행 또는 국채상환 계획 취소로 해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상반기까지의 재정집행상황을 고려해 연말 불용 가능성이 있는 예산을 걸러내 이를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곳에 두텁고 촘촘히 지원한다는 원칙을 이번엔 지키길 바란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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