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주택 1건 중개에 복비 1000만원?…불만 커지는데 개선안은 ‘함흥차사’ [부동산360]
중개수수료 협의 마다 옥신각신
폭등한 집값에 요율 곱하니 직장인 연봉수준
소비자, “중개사 하는 일 대비 너무 많이 받아”
중개사, “업계 경쟁 치열, 인맥관리도 노력”
국토부 개선안 마련은 이달도 물 건너갈 듯
집값 상승과 함께 커져버린 중개수수료 규모가 주택 거래 수요자들에게 끊임없이 비판을 받고 있다. 국토부는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시세 게시판.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시세 20억원 아파트를 계약하기 직전입니다. 예산을 짜기 위해서 담당 부동산에 복비는 얼마 받을 건지 물어봤는데, 반응이 싸늘해서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아직 거래가 끝난 것도 아닌데 왜 물어보느냐’ ‘혹시 다른 부동산이랑 가격 비교 중인 것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중개수수료는 협의를 통해서 정한다’고 돼 있는데 이 협의는 언제 하는 건가요? 협의가 가능한 건 맞나요?”(주택 매수 대기자 A씨)

“14억원에 내놓은 집 가계약금을 받았습니다. 이제 곧 계약서 써야 하는데요. 중개업소하고 수수료율을 정하는 데 실랑이 중입니다. 저는 0.4%를 얘기했고 중개업소는 0.6%로 하자고 하네요. 0.4%였으면 매수자한테 다른 집 보여줬을 거라고 합니다. 저는 원래 14억9000만원에 내놓고 싶었는데 부동산에서 빨리 팔아주겠다고 14억원으로 낮추라고 시켰어요. 집 가격 때문에 0.2%포인트 차이면 280만원이라 적지 않은 돈인데 화가 나네요.”(서울 아파트 주인 B씨)

요즘 중개업소마다 이런 실랑이가 자주 일어난다. 집을 사고팔 때 달라진 각종 세금 계산에 힘이 드는데, 공인중개사와 중개수수료 때문에 입씨름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주택 가격이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갈등이 더욱 첨예하다. 20억원짜리 아파트에 법정상한 수수료율 0.9%를 적용하면 1건 중개하는 데 공인중개사가 매도자, 매수자 양측에서 받는 돈이 계산상으로 3600만원에 이른다.

물론 현장에서는 0.9%를 다 받는 중개사는 드물고, 대체로 0.3~0.6% 선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편이라고 한다. 다만 0.1%포인트 마다 웬만한 직장인 한 달 월급이 왔다갔다 해서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공인중개사가 하는 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이 번다는 논쟁도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신혼집을 마련한 A씨는 “포털사이트에 다 나와 있는 정보를 저랑 예비신부랑 분석하고 점수표를 매겨가면서 임장을 다녔다”면서 “공인중개사가 한 일은 그날 우리가 방문했을 때 전화를 걸어서 같이 집에 방문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A씨는 “남들한테 안 보여주는 매물도 아니고 다 공개가 돼 있는 집을 보여주면서 집주인한텐 돈 안 받고 우리한테만 수수료를 0.9% 최대로 받으려고 해서 괘씸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오리가 수면 아래에서 열심히 물장구를 치는 것처럼, 아파트 상가에 빽빽이 들어선 중개업소끼리 경쟁하면서 고객 인맥을 관리하는 것도 함께 봐줘야 한다”며 “집을 보여주는 것 하나로만 평가하면 억울하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렇게 공인중개수수료, 일명 ‘복비’는 얘기만 나왔다 하면 뜨거운 감자인데, 정부는 계속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하겠다고 한 개선안은 언제 나올지 아직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안에는 개선안 발표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인중개사협회가 용역을 맡긴 한국주거환경학회는 1차 보고서를 완료하긴 했으나 아직 국토부에 전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가 용역을 맡긴 국토연구원도 아직까지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한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데 눈치가 많이 보일 것”이라며 “안 그래도 집값이 폭등해 국민은 제대로 화가 나 있고, 공인중개사들도 제물로 삼기엔 숫자가 만만치가 않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초 국토부 등에 권고한 ‘주택의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 방안’에서 보다 완만한 보수 책정방법을 제안했다.

총 4가지 안 중 국민선호도 설문조사에서 공인중개사의 45.8%, 일반국민의 37.1%의 높은 지지를 받은 2안은 매매의 경우 ▷6억원 이하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12억원 초과 등 총 4개의 거래 구간을 뒀다.

낮은 3개 구간에서는 각각에 대응해 고정된 보수 요율 ▷0.5% ▷0.6% ▷0.7%를 곱한다. 이어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구간에서는 60만원을 공제하고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150만원을 공제한다.

다만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매매에 대해서는 중개보수를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690만원은 기본으로 전제한다. 여기에 해당 주택가액에서 12억원을 뺀 초과분에 대해 0.3~0.9% 내에서 협의를 통해 보수 요율을 정해 곱하고 더해준다. 가령 15억원 주택이라면 690만원+[(15억-12억원)x(0.3~0.9%)]가 된다. 780만원부터 960만원 사이에서 정해진다.

현직 공인중개사들은 협상 시 의뢰인과의 다툼을 우려해 내심 중개수수료율을 협의 사안으로 남겨 두지 말고 거래금액대별 고정 요율을 도입했으면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thin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