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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 치솟는데 차라리 집 사자”...전세 피난처 된 노원구
노원구, 서울 자치구 집값 상승률 1위
중저가 풍선효과·전세난 회피수요 등
20·30대 집중 매수지역으로 자리매김
무주택 실수요자 진입 더 어려워질 듯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

서울 노원구의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의 계속되는 ‘고점 경고’에도 13주 연속 서울 내 아파트값 상승률 1위를 달리며 오름폭도 확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많은 이 지역의 집값이 치솟으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값은 올 들어 이달 5일까지 4.11% 올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다.

서울(2.45%)은 물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누적 상승률인 3%대도 훌쩍 뛰어넘었다. 올 들어 6개월여 간의 상승률은 지난해 한 해 상승률(2.06%)의 2배에 달한다.

이 지역의 아파트값 오름세는 최근 더 가팔라지고 있다. 주간 상승률은 4월 첫 주 0.09%였는데, 그다음 주 0.17%로 껑충 뛰어오른 뒤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 이달 첫 주 0.29%를 기록했다. 최근 13주간은 서울 내 아파트값 상승률 1위를 이어갔다.

민간 통계에서도 위상 변화가 확인된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노원구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47만9000원을 기록, 서울 자치구 중 17위를 차지했다.

노원구의 순위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21위(496만5000원)였으나 4년여 만에 종로구(1044만6000원)를 비롯해 관악·구로·은평구 등을 앞질렀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당 평균 매매가격이 1055만~1091만원대인 강서·동대문·서대문·성북구 등을 제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집값 상승에는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에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하고, 9억원 초과분(15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20%로 제한했다. 이 과정에서 9억원 이하 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중저가 단지도 대출 기준선을 향한 ‘키 맞추기’에 속도를 냈다.

노원구는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도입된 이후에는 전세난의 피난처가 됐다. 전세 품귀 현상으로 한두 달 사이 전셋값이 급등하자, 차라리 돈을 더 보태 중저가 주택을 사들이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전세난 회피 수요’가 몰린 것이다. 최근에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일 때 규제를 피해간 지역으로 꼽히면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20·30대는 ‘지금이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이 지역의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노원구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49.4%는 30대 이하가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가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도 결국 회수되면서 주택시장에 조정이 오게 될 것”이라며 “지금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면 2~3년 뒤 매도할 때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서 투자에 신중했으면 한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도 최근 한 달 사이 ‘집값 하락’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서울 내 대표적인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의 집값이 요동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더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 서울에서 시세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절반 이상인 곳은 올해 초 도봉구(67.18%), 금천구(60.17%), 중랑구(58.60%), 노원구(55.43%) 등 4곳이었지만, 지난달 기준으로는 도봉구(54.04%)만 남았다. 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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