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탄생’ 왼쪽 어깨가 처진 까닭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트루비안 인체도가 보여주는 인체의 아름다운 황금비율은 ‘모나리자’ 등 다빈치 작품의 근간을 이룬다. 보다 사실적인 풍경과 인물을 그리는데 온 힘을 쏟았던 과거 미술가들에게 인체탐구는 필수적이었다.

뼈와 근육 등 해부학적 시각으로 명화에 담긴 비밀을 탐색한 이재호의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어바웃어북)는 놀랍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들려준다.

다 빈치는 교회법을 어기면서 30구가 넘는 시체를 직접 해부하며 인체를 탐구했다. 부패해가는 시체를 일주일 씩 들여다봤다. 그 결과, 관상동맥을 최초로 정확하게 담아냈을 뿐 만 아니라 시신경이 뇌와 연결된다는 것을 가장 먼저 확인한 게 다 빈치였다. 그가 남긴 1800여 점의 해부도는 현대 해부학자들을 놀라게 할 정도다.

같은 시기 활동한 르네상스 화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예수의 근육과 축 처진 팔의 혈관까지 사실적인 인체묘사가 압권이다. 미켈란젤로는 메디치가의 후원 아래 해부학을 배우고 직접 신원 미상의 시체를 구해 해부하기도 했다. 해부를 금지했던 교회의 눈을 피해 작품 속에 해부도를 숨겨두기도 했는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아담의 창조’에는 뇌 단면도가 들어 있다.

신고전주의 화가 다비드 역시 완벽한 인체 재현에 힘썼다. 프랑스 혁명의 순간을 보여준다는 ‘테니스 코트 선서’ 속 얼싸안은 세 남자의 근육을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 다비드는 정밀하게 습작했으며, 옷으로 가려질 근육까지 세세하게 묘사했다.

저자는 전 세계 미술관의 명화 하나하나를 해부학자의 눈으로 보며, 근육, 뼈, 혈관, 장기 등을 살핀다.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에는 반복된 가사노동의 흔적인 왼팔의 ‘위팔노근’이 도드라져 있으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는 아프로디테의 왼쪽 어깨가 유난히 쳐져 있는 게 보인다.

보티첼리의 아프로디테는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첫사랑이 모델이다. 결핵은 기관지의 특성 때문에 왼허파에 더 잘생기는데, 망가진 왼허파 때문에 왼쪽 어깨가 주저앉은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림이 숨겨놓은 해부학 코드는 작품의 또 다른 진실을 보여준다.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이재호 지음/어바웃어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