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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형 보이스피싱’ 극성…“밖에서 돈 달라고 하면 사기”
2020년 보이스피싱 3만건 넘어…“상당수, 대출 관련 사기”
“새 대출 해 줄테니 기존 대출금 갚으라”며 현금 받아
“바깥에서 만나 현금으로 대출금 달라 하면 사기 의심해야”
직접 현금 수거 범죄 증가…“전화금융사기 제도 개선 필요”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 이미지.[123rf]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1. 지난해 6월 무직인 24세 남성 A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B씨와 텔레그램 메신저로 소통하다가 “빌린 돈을 수금해 오면 수당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게 된다. A씨는 B씨가 연결해 준 사람들에게 은행 직원을 사칭하며 직접 밖에서 만나 “대출을 새로 받으려면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한다. 현금으로 갚으면 기록이 남지 않아 문제가 없다”며 현금을 받아 챙겼다.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2000만원이 넘는 현금을 직접 받은 뒤 이 중 자신의 수당 10만~2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을 B씨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지난달 23일 A씨는 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2.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초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을 하며 1억원의 돈을 뜯은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새로운 대출을 할 수 있도록 기존 대출을 갚으라며 약 1억3000만원을 현금으로 건네 받은 조직원에게는 지난달 말 징역 2년 2개월이 선고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이루어지며, 피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히는 범죄”라며 “그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므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엄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출형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기가 극성을 부리며 이로 인해 눈물짓는 피해자들의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관련 피해액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검찰·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며 돈을 뜯어내는 ‘기관 사칭형’, 새로운 대출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기존 대출금을 상환받는 척 돈을 갈취하는 ‘대출 사기형’이 그것이다.

2017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수는 2470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지난해에는 3배 가까이 증가한 7000억원을 기록했다. 피해건수만도 3만1681건이다. 피해액 7000억원 중 대출 사기형 관련 금액은 4856억원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상당수가 대출과 관련해 일어나는 것이다.

연도형 유형별 전화금융사기 통계.[경찰청 제공]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더 좋은 대출을 해 줄테니 기존 대출금을 갚으라”는 식으로 다가가, 피해자들이 상환 목적으로 가져오는 돈을 챙겨 이득을 취하고 있다. “대출받고 싶은 금액의 일정 부분을 예치하면 대출이 되니 그 금액만큼을 내라”, “거래실적을 만들면 마이너스 통장이 개설되니, 캐피탈을 통해 대출을 받아 그 돈을 은행 직원에게 주라”, “정부 지원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꼬드긴다. 때로는 가짜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보내 “해당 앱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라”며 진짜 은행 직원인 척 하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무작위로 거는 수천 건의 전화 통화에서 1~2명만 속아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고 범죄를 실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들이 수천 건의 전화를 걸고 대출 조건을 제시하면, 그중 한 명은 우연찮게 자기 대출 상황과 맞아 떨어져 피해 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기관 내부가 아닌 바깥에서 만나 돈이나 카드 등을 달라고 요청하면 일단 의심하라고 조언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대출형 보이스피싱의 60~70%는 직접 사람을 밖에서 만나서 현금을 받아가는 ‘대면 편취’ 형태”라며 “‘당신 계좌가 막힐 수 있으니 현금으로 뽑아서 가져 오라’며 바깥에서 현금으로 거래하자고 하는 제안에는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직접 만나 현금을 받아가는 형태(대면 편취 사기) 거래가 늘면서,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송금·이체 거래에 국한해 ‘전기통신금융사기’로 규정하고 계좌 이용 정지를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상당수 범죄가 송금·이체가 아닌 직접 대면을 통한 현금 수거로 이뤄지면서 규정을 벗어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나온다.

최염 법무법인 명천 변호사는 “대면 범죄가 늘고 있는 추세라 이에 대한 대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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