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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만명의 미국인, 여전히 먹을 게 부족…‘음식 나눔 냉장고’ 1년새 13.3배↑
실직 등으로 인해 고기, 야채 등 먹거리를 살 여유도 없는 이들을 위해 ‘커뮤니티 냉장고(프리지)’라는 이름의 음식 무료 나눔 관련 풀뿌리 행동이 미국에서도 추진력을 얻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엔 미국에 15개에 불과했던 이 냉장고는 현재 200여개에 달한다. 사진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프리지의 모습. [freedge.org 홈페이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에 사는 대럴 브로큰버러는 보도(步道)에 자리한 노란색 냉장고를 열곤 “가득 찼다”며 웃었다. 사과·닭고기 등 먹거리가 들어 있었고 냉장고 앞 면엔 ‘무료 음식’, ‘필요한 걸 가져가고 그렇지 않은 건 남겨두세요’라고 써 있었다. 사과 조각 여러 개를 가방에 넣은 브로큰버러는 “항상 아이가 있는 친구에게 냉장고를 추천한다”며 “근처 의료시설을 오가는 도중 냉장고에서 무료로 얻는 음식은 축복”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미 인구조사국을 인용, 2000만명의 미국인이 여전히 먹을 게 충분치 않다며 도움을 주려는 무료 냉장고 풀뿌리 운동을 소개했다. 우리말로 하면 ‘음식 나눔 냉장고’쯤 된다.

필라델피아엔 집·레스토랑 외부에 20여개의 이같은 냉장고가 있다. 행인 누구에게든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다. 자원봉사자가 냉장고 청소, 기부된 음식 배치 등을 한다.

커뮤니티 냉장고(프리지) 개념은 10년이 넘었는데 미국과 세계적으로 기아가 급증하면서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동안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WP는 썼다. 캠페인 주관 단체 프리지(freedge.org)에 따르면 미국에 이런 냉장고는 약 200개다. 팬데믹 전엔 15개였다. 1년여만에 13.3배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사람이 급증, 음식을 ‘가진 자’와 ‘못 가진자’로 나뉘면서 상호 원조 형식으로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추진력을 얻은 것이다.

WP는 최근 필라델피아의 프리지를 찾은 십여명과 인터뷰한 결과, 많은 이들이 신선한 고기와 야채를 얻는 냉장고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는 등 칭찬했다고 전했다.

지난 7일간 먹거리가 충분치 않았다고 미 인구조사국 조사에서 응답한 미국인의 시기별 추이다.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미 경제는 전체적으로 거의 40년만에 가장 좋은 상황이지만, 반등이 모든 지역에 도달하진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사업체 밖에 프리지를 놔두고 전기료 등을 내주는 자영업자들은 “작년보다 지금 더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말했다.

올해는 ‘때때로’ 혹은 ‘자주’ 먹을 게 부족하다고 말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4월말부턴 정체 상태라고 한다.

일부 계층에선 여전히 놀랄 정도의 기아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WP는 했다. 흑인(15%), 히스패닉계 미국인(16%), 고교 미 졸업 미국인(24%) 등이다.

호평받는 프리지이지만, 장애물도 적지 않다. 일부에선 냉장고가 있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고, 냉장고를 훔쳐가기도 한다. 필라델피아는 프리지 관련 지침을 마련하는 중으로 전해졌다.

냉장고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프리지 안에 있는 음식이 관할 시가 승인한 유통 체계를 따르지 않아 식품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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