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링’ 위로 올라오며 야권 대선레이스가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는 29일 정치 선언을 예고한 가운데 ‘다크호스’ 최재형 감사원장도 사퇴 후 대권 가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적 야권 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당밖 주자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원샷경선’을 치를지, 대선을 앞두고 막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지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이들의 입당 여부와 시기를 둘러싸고 당분간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최 원장이다. 최 원장은 2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대권 도전에 대해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정치권에서는 조만간 최 원장이 대진표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주자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의 메시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3개월 넘게 잠행을 이어온 윤 전 총장은 오는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정식을 연다. 최근 ‘X파일 논란’, ‘전언정치’에 대한 비판이 거셌던 만큼, 직접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며 논란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복당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오는 29일 지난 6개월간 훑은 민심을 총정리한 정책을 내놓으며 윤 전 총장에 맞불을 놓는다.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 날 평택2함대에 방문해 제2연평해전 19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황교안 전 대표 역시 오는 30일 책 출간행사를 앞뒀다.

관건은 당 밖 주자들의 입당 여부와 시기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들이 경선 전 입당해 ‘원샷경선’을 치렀으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8월말께를 ‘경선버스 출발’ 시점으로 제시했지만, 장외 잠룡들은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원샷경선은) 국민의힘의 희망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일단 최 원장은 사퇴 후 당분간 숙고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립성을 명분으로 사퇴한 만큼 당장 정치선언이나 대권출마를 공식화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 역시 출마 선언 후 민심투어를 진행한 뒤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제일 좋은 것은 모두 다 경선 전 입당하는 것이지만,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입당)시점을 고려하지 않겠나”며 “우리당 후보를 먼저 선출한 후에 단일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서는 당 밖 주자들의 입당 문턱을 낮추기 위한 경선룰 변경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100% 국민경선’을 주장하며 “홍준표 의원이 기존 민심 50% 당심 50% 경선룰을 계속 고집하는데 이는 당 밖 주자들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룰”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경선룰 변경 주장에 대해 “자연스러운 논의라고 본다”면서도 “대선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주자들이 있기 때문에 아주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성급하게 (경선룰을) 결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사퇴에 대해서는 “정치참여에 대한 부분은 어느 당 밖 주자라고 하더라도 고독한 개인의 결단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입당을) 밀지도 당기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 원장에 대해서는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고 충분히 저희와 공존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