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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봉 6천만원 꿈의 직장? 결국 헬조선” 한국 ‘실리콘밸리’ 어쩌다…
판교 테크노밸리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지금 판교는 한국의 단점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단점이 모두 뒤섞인 곳입니다. 소위 ‘꼰대’ 문화와 미국식 성과주의가 혼재돼있죠.”(판교 소재 IT업계 관계자)

‘한국판 실리콘밸리’, ‘꿈의 직장’. 국내 내로라하는 IT업체가 입주해있는 판교의 별명이다. ‘신입 초봉 6000만원’, ‘평균연봉 1억원’ 등 화려한 조건에 판교는 전국의 취업준비생이 꼽은 ‘입사하고 싶은 기업’의 중심지다.

그러던 판교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했다. 네이버, 크래프톤 등 주요 기업들에서 근무 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며 강도 높은 업무와 경직된 조직문화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꿈의 직장’도 결국은 ‘헬조선’ 회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미국 단점만 뒤섞인 곳”… 판교는 왜 ‘헬조선’이 됐나

최근 네이버, 크래프톤 등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지자 IT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특정 회사의 문제라기 보단, 국내 IT업계의 인적·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그 다음으로 논란이 터질 기업은 어딜까”하는 불안감도 팽배하다.

크래프톤 판교 사옥

판교 소재 한 IT 기업 관계자는 “지금 판교는 한국의 단점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단점이 모두 뒤섞인 곳”이라 평가했다. 한국식 ‘꼰대’ 조직 문화와 미국의 성과 지상주의가 혼재되면서 업무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평적 문화, 활발한 의사소통, 두둑한 성과급 등으로 그간 IT업계의 긍정적 모습만 비춰졌다면 최근 잇따른 논란을 통해 이 같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를 아우르는 말)가 입사하며 세대 갈등이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불거진 ‘직장내 괴롭힘’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대다수가 40대 이상의 임원 또는 관리자다. 조직 내부에서 곪던 문제가 MZ세대의 유입을 계기로 공론화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 사옥 전경 [네이버]

네이버, 카카오, 크래프톤 등은 취업 준비생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는 기업이다. 평균 연봉 1억원을 넘는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크래프톤도 신입 초봉을 6000만원으로 인상하며 업계 최고 대우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잇따라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치권도 이들 기업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판교를 지역구로 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청년분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십시오’ 제목의 글과 함께 부당한 처우에 대해 제보를 받는 ‘판교닷컴 신문고’ 링크를 올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T 업계가 워낙 협소해 피해자들이 재취업 제한 등 보복을 두려워하고, 회사는 이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특별근로감독 중인 네이버, 노동청 신고된 크래프톤

네이버는 지난 25일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며 인정했다. 그러면서 관련자들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네이버 소속 직원 A씨는 지난달 25일 네이버 본사 근처에 위치한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 업무 스트레스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 알려지며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네이버 노조 측도 오는 28일 해당 사건과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네이버 노조는 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조직원이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경영진은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이를 묵인 방조하는 것을 넘어 가해자를 비호해온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도 받고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게임 [크래프톤]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자랑하는 크래프톤도 유닛장과 팀장의 ‘직장내 괴롭힘’ 문제가 접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직원이 유닛장과 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며 사내 인사팀에 고충 신고를 한 것이다. 지속적인 야근 강요와 1평짜리 전화부스 출근 지시, 보상 반일 휴가 제도 사용 금지 압박 등이 주 내용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해당 사건을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크래프톤은 외부 노무사 고용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 넷마블 등도 주52시간 근무제 위반,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시정 명령을 받았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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