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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의사처방에 의한 마약성 진통제 중독 심각하다

6월 26일은 ‘세계마약퇴치의 날’이다. 유엔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나라도 이날을 전후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행사와 캠페인을 벌인다. 마약은 의존성이 강하며 독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마약을 접하기 쉬운 외국에서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댄 후 정신병이 발병해 국내에 들어 오는 유학생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마약은 뇌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취약한 뇌가 이를 견디지 못해 정신병의 발병에 이르게 된다. 마약은 통증을 완화하기도 하고, 고통과 근심, 걱정을 잊게 해줌으로써 일시적인 쾌락을 주지만 반대로 중독에 이르게 되면 점점 더 많은 양을 복용하게 돼 호흡곤란, 경련은 물론이고 정신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점차 마약에 대한 시각과 규제가 변화하고 있기는 하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대마는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합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16개주에서 기호식품으로 대마 사용을 합법화했다. 국내에서는 의료용 대마를 소아뇌전증 등의 치료에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의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의사들이 합법적으로 처방하는 마약류에 대한 과잉 사용이다. 특히 옥시코돈, 코데인, 모르핀, 펜타닐 등의 마약성 진통제의 과잉 처방과 오남용, 이로 인한 중독 현상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도한 처방으로 의사가 구속되기도 하고, 대통령이 의사 처방 마약 사용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사실 의사 처방에 의한 마약은 합법적인 방법이기에 법적 처벌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런 약물들은 뇌에서 보상 회로를 자극해 도파민을 과다하게 분비시켜 쾌락이나 즐거움을 증가시키고, 환자들은 이런 기분을 한 번 경험하게 되면 계속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의사가 정확한 용량을 처방하고 환자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0년 한국리서치가 시행한 ‘대국민 약물 오남용 국민인식조사’에 의하면, 아편계 진통제의 중독성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35% 정도였다. 또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받은 사람 중에 약물을 줄이려는 시도를 했으나 실패한 경우가 56.3%였다. 이는 처방 약물이라고 하더라도 과잉 사용하게 되면 쉽게 줄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원장 임태환)에서는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 의료용 대마, 마약성 진통제, 다이어트약물에 대한 전문가 처방과 일반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삶에서 즐거움이나 쾌락을 느끼는 것은 중요하다. 즐거움이 없는 삶은 무미건조한 삶이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약물에 의한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즉각적인 쾌락을 느끼는 것은 결코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는 방법은 약물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움을 추구하고 주위에 관심을 가지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역시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우리를 행복하고 즐겁게 하는 방법이다. 마약에 몰두하기보다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 인간이 궁극적으로 행복해지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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