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伊, ‘성소수자 혐오 반대법’ 교황청 외교적 항의 일축…EU “헝가리 차별법은 수치”
드라기 伊 총리, 상원 연설서 “의회는 어떤 문제든 자유 논의 가능해”
라테나노 조약 위배 교황청 지적도 반박…“국제적 의무 지속”
EU 날선 공격에 헝가리 총리도 “집행위원장 발언이 수치” 응수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상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금지하는 문제를 두고 유럽 내부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이탈리아 상원 연설을 통해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성소수자 혐오 반대 법안’에 대해 교황청이 외교 채널로 문제를 제기한 것을 일축했다.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는 세속적 국가이며, 의회가 어떤 사회적 문제든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다”며 “지금은 의회의 시간이지 정부조차 나설 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하원 표결을 통과한 뒤 현재 상원에서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은 게이나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및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탈리아 성소수자 혐오 반대 법안 발의를 주도한 성소수자 권리 보호 운동가이자 정치가인 알레산드로 잔이 지난달 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한 벤치를 무지개색으로 채색하고 있다. [AP]

해당 법안이 1929년 교황청과 이탈리아 정부 간에 체결된 ‘라테나노 조약(Lateran Pacts)’에 위배된다는 교황청의 지적에 대해서도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의 국제적 의무를 지속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라테라노 조약은 이탈리아 정부가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시국을 일정한 영토와 국민,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라는 것과 가톨릭 수장으로서 교황의 지상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약이다.

해당 조약엔 바티칸과 이탈리아 내 가톨릭 신자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항도 있다.

교황청 외무장관인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는 지난 17일 주교황청 이탈리아 대사관에 외교 공한의 하나인 구술서(Note Verbale)를 전달했다.

여기엔 새로 제정되는 성소수자를 위한 기념일에 가톨릭 학교도 의무적으로 동참하도록 한 것과 가톨릭 신자들이 성소수자 권리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을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신앙 및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우려가 담겼다.

교황청이 이탈리아 국내 법안 이슈에 외교 채널로 항의를 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PA]

같은 날 유럽연합(EU)과 헝가리도 학교 성교육이나 18세 이하 미성년자 대상의 영화와 광고 등에서 동성애 묘사를 금지하도록 법안을 통과시킨 헝가리의 조치를 두고 강하게 부딪혔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헝가리의 법안은 수치”라며 “명백히 성적 지향에 근거해 사람들으 차별하는 법은 인간의 존엄성, 평등, 인권 존중이라는 EU의 근본적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들 원칙에 관해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모든 EU 시민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기 위해 집행위의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독일, 프랑스, 스페인,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 10여개 EU 회원국도 공동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수치스럽다”고 받아치며 강력 반발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P]

오르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최근 채택된 헝가리의 법안은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부모의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18세 이상인 사람들의 성적 지향에 관한 권리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그것은 아무런 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오르반 총리는 이날 오후 뮌헨에서 열리는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헝가리-독일전을 참관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독일 매체 차이트 온라인이 보도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