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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스형! 당구가 왜 이래”…산체스에게 물었더니
직전 대회 안탈리아 월드컵 우승…6월엔 자국 선수권 우승 ‘쾌조’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나를 ‘체스형’으로 부른다는 것 알아”
인상을 쓰고 노려보는 산체스. 공을 쳐다볼 때 만큼은 스마일가이가 아니라 그의 또다른 별명 ‘가가멜’이 된다. [파이브앤식스 제공]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3쿠션 당구 4대천왕 중 막내, 다니엘 산체스(47·스페인·세계랭킹 6위)는 수줍은 듯, 친근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 인기 선수다. 미소년 총각이 13세의 딸을 둔, 머리가 벗겨진 유부남이 될 때까지 수십년간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서 두루 호평 받아온 것을 보면 결코 허울만은 아니다. 이런 캐릭터에 반한 한국 팬들은 그를 다양한 별명으로 불러왔다. 최근에 붙은 별명이 꽤 재미지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나를 ‘체스형’으로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산체스는 이를 Chezhyon으로 표기했다) 내 이름과 형이란 말을 합쳐서요. 그냥 ‘다니’라고 불러주면 더 좋아요.”

귀에 착붙는 별명. ‘밈(meme)’이 된 나훈아의 노래 ‘테스형’의 가사가 귓가에 맴돈다. “아! 체스형, 당구가 왜 이래”.

산체스는 다른 세계 최고수들과 함께 오는 7월 1일부터 18일까지 원주에서 열리는 ‘호텔인터불고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 대회에 출전한다. 총상금 4억원,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초대형 규모로, 2020년 1월 터키 안탈리아 월드컵 이후 세계캐롬연맹(UMB)의 첫 공식 주최 대회다.

산체스는 이 안탈리아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비로소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2017년 2월 이집트 룩소르 월드컵 이후 무려 3년만에 정상을 맛봤다. 그랬기에 모처럼 고조된 컨디션을 쏟아부을 대회가 없이 1년여를 흘려보낸 게 적이 아쉬웠을 법하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스페인이 4개월여 락다운(이동제한령)이 내려졌고, 집에 당구 테이블은 있지만 그다지 훈련을 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2020년 안탈리아 월드컵 시상식 가장 높은 곳에 선 산체스(왼쪽 두 번째). 준우승자 딕 야스퍼스(맨왼쪽)와 공동 3위 무랏나시 초클루, 김행직 모두 이번 월드 3쿠션 그랑프리에 출전해 다시 자웅을 가린다. [파이브앤식스 제공]

하지만 경기 감각의 날은 녹슬지 않고, 외려 바짝 세울 수 있었다. “마침 이달 초 있었던 스페인 선수권대회에서 2.0 이상의 에버리지를 내면서 우승했어요. 그러니 내 컨디션은 좋은 거죠. 자가격리 2주후에는 며칠 연습할 시간이 주어지니 이번 대회를 잘 준비하겠습니다.” 그는 1994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21번 자국 선수권을 제패했고, 올해 대회 에버리지는 정확히 2.062다.

산체스는 일본 아담사와 오랜 계약기간을 마치고 미국 프레대터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그가 2020년 안탈리아 월드컵 결승에서 승리하고 번쩍 치켜들었던 ‘검은 작대기’가 프레대터의 큐다. 공교롭게도 이를 기점으로 세계 큐메이커들이 검은색 카본 상대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침묵을 끊어내게 해준 고마운 큐여서인지 이번 대회 인터뷰이 중 가장 홍보에 적극적이다. “P3 실바와 SD 레보 상대, 그리고 빅토리팁 M을 씁니다. 이것은 놀라운 큐와 놀라운 상대입니다. 모두에게 사용해 보라고 추천합니다.”

산체스는 월드컵 13회 우승으로 통산우승 횟수 4위를 기록중이다. (편집자주: 그래서 4대천왕중 한명이다. 1위는 44회의 토브욘 블롬달, 2위 딕 야스퍼스 25회, 3위 프레드릭 쿠드롱 21회) 그는 2017년 룩소르 월드컵 우승 당시 72이닝 200점 달성으로 2.778이란 최고 대회 에버리지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런 기록은 23점이며, 연습에서는 27점을 친 적도 있다는 그는 “29점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것도 멋질 것”이라고 답했다. 횡단샷을 특기로 짚었다.

미소 짓는 산체스 [파이브앤식스 제공]

다시 “아! 체스형, 당구가 왜 이래”를 불러본다. 질문이 아니라 혼잣말로 하소연하는 넋두리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산체스는 이미 실전과 이번 인터뷰에서 ‘당구는 이런 것이다’ 하고 답을 보여 준 것 같다.

그는 가장 정석적이고 착실한 스트로크 자세를 구사한다고 정평이 나 있다. 브리지하는 팔은 쭉 펴서 테이블바닥에 붙이고, 왼쪽 뺨은 상박에 바짝 붙인다. 병장이 일병처럼 각을 세운다. “내 스타일을 스스로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경기가 잘 안풀릴 때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지라도 이렇게 저렇게 계속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지난 26일 0시부로 2주간 자가격리가 해제된 산체스는 바로 연습에 돌입, 막판 컨디션 조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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