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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번의 실패” 마지막 48장짜리 제안서로 7000억원 ‘잭팟’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김창한이 제안서 하나를 들고 왔다. 파워포인트 48장짜리 파일이었다.” 글로벌 히트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서막이다.

기업가치만 30조원에 달하는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을 이끌고 있는 김창한 대표가 신흥 부호의 반열에 올랐다. 16년간 3개의 게임을 개발, 모두 실패했다. 마지막이 ‘배틀그라운드’다.

6년 전 장병규 의장에게 열정을 드러냈고, 장 의장은 그 열정의 가치를 알아봤다. 그렇게 의기투합 배틀그라운드의 대박 신화가 만들어졌다.

크래프톤은 이르면 내달 초 코스피에 입성하게 된다. 크래프톤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상장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장병규 의장은 3조원 이상, 김창한 대표도 7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며 부호 반열에 오르게 된다.

‘선동가’로 의심할 정도의 열정

김창한 대표는 지난 2015년 블루홀(크래프톤의 전신)의 공동창업자인 김강석 전 대표와 장병규 의장을 잇달아 찾았다. 직접 창업한 지노게임즈가 블루홀(크래프톤의 전신)에 인수된 이듬해였다. 모바일 게임 열풍을 안타까워하며 제대로 된 PC 게임 하나로 업계의 흐름을 바꾸고 싶었던 김 대표. 그는 머릿속에 구상했던 ‘배틀그라운드’의 아이디어를 한 시간 동안 침이 마를 새도 없이 설명했다고 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크래프톤 제공]

사실 당시 블루홀은 쇠락기에 있었다. 2011년 PC온라인 게임 ‘테라(TERA)’를 출시하며 반짝 성공을 거두는 듯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흥행은 아니었다. 2012년 해외 진출로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북미·유럽 서비스를 개시하자마자 며칠 뒤 미국 ‘블리자드’의 초대형 기대작 ‘디아블로3’가 세상에 나왔고, ‘테라’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인건비마저 감당하기 힘들어졌고, 희망퇴직까지 감행했다. 이후에도 ‘테라’ 부분 유료화와 모바일 게임 제작, 중국 진출 등 잇따른 재기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내놓은 해결책은 인수합병이었다. 수익성의 한계를 맞은 ‘테라’를 뒤로 하고, 새로운 기회를 위해 외부 개발진들과 ‘제작 연합군’을 결성하기로 했다. 이른바 ‘블루홀 2.0’ 전략이었다. 이 전략 아래 가장 처음 합류한 것이 김창한 대표가 창업한 지노게임즈였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크래프톤 제공]

배틀그라운드 아이디어에 대한 김창한 대표의 열변을 듣고 난 블루홀의 창업자들은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말이 안 되는 것도 말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김창한 대표의 열정에 장 병규 의장은 ‘대단한 선동가’라는 인상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장병규 의장은 아이디어를 밀어주기로 했다. 항상 확신에 차 있는 김창한 대표를 불안하게 바라본 때도 있었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을 직접 제시하는 등 장병규 의장이 디테일을 더했다.

10억명을 사로잡고 한국 게임업계 정상으로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초반부터 흥행 조짐을 보였다. 당시 장병규 의장은 “200만 장 팔리면 김창한 PD는 은퇴해도 좋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판매량 40만장을 넘었고, 출시 16일 뒤에는 100만장을 기록했다. 출시 3년여가 흐른 지난 5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가입자는 국내에서만 3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전 세계 누적 가입자는 10억명 이상이다.

생존을 걱정하던 크래프톤은 이제 국내 게임업계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전날인 16일 크래프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희망 공모가를 기준으로 예상한 시가총액은 23조~29조원에 달한다. 공모가 하단을 적용하더라도 상장 게임사 ‘톱3’인 엔씨소프트(18조6000억원), 넷마블(11조3000억원), 카카오게임즈(4조2000억원) 등을 크게 웃돈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10위권에 안착하게 된다.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은 상장 후 재산가치가 희망 공모가 최하단을 기준으로 해도 3조2188억원에 달한다. 김창한 대표가 보유한 주식가치 역시 최소 313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 더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도 보유하고 있는데, 그 가치가 4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밖에 김강석 전 크래프톤 대표, 블루홀이 ‘연합군’ 전략을 추진할 당시 합류했던 전 피닉스게임즈 대표(현 라이징윙스 대표), 블루홀의 겨울을 함께 겪었던 김형준 개발 총괄 등도 수천억원대 자산을 형성할 전망이다.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이미지. [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으로 77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넥슨(매출 영업이익 각각 3조1306억원, 1조1907억원), 엔씨소프트(2조4162억원, 8248억원), 넷마블(2조4848억원, 2720억원)과 비교해 외형 면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이익 규모와 수익성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지난 1분기에는 격차를 더 좁혔다. 크래프톤은 지난 1분기 매출 4610억원과 영업이익 2272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크래프톤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크래프톤은 2018년 출시 후 전 세계 누적 가입자 10억명 이상을 끌어모은 배틀그라운드를 활용한 차기작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이날부터 미국에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한다. 미국과 중국에 이은 거대 시장 인도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사전 예약 이틀 만에 1000만명, 2주 만에 2000만명을 돌파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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