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보수’ 정당정치 복원...“송영길에 기회”
안티 페미·능력주의 논란...‘극장 정치’ 우려도
안정적 당 운영...“강성 최고위와의 화합 관건”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를 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보수를 가뒀던 ‘수구·반공’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포용하고 기성 정치판을 바꿀 합리적 보수로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그 하나다. 반면 세대·젠더·능력주의 등에 대한 배제주의나 ‘극단적 경향’과 맞물려 ‘보수 포퓰리즘’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내 중진들과의 화합을 통한 안정적 당 운영이 가능할 것이냐는 의구심도 있다.
일단 현 시점에서 무게가 실리는 것은 ‘변화에 대한 기대’다.
이미 그는 첫 출근부터 백팩을 매고 서울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나타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주요 당직에도 초선 소장파 의원을 인선했고, 통상 당대표가 되면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방문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천안함 피격사건과 서해교전 희생자들이 잠든 대전 현충원을 찾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준석 신드룸’ 자체가 이준석 개인 자체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현상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역시 과거에 보지 못했던 행태와 방법, 정치적 언어 등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이 대표에게 정치권 전반의 메기효과와 정책경쟁 심화, 기존 정치권의 ‘끼리끼리 동아리즘 문화’, ‘내로남불’ 문화의 개선을 해달라는 기대가 있다”며 “큰 틀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진전과 국민을 위한 정치가 한 발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음으로써 향후 여야 협치가 진전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준석은 나이도 어리지만 유연한 생각을 하는 합리적 보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오히려 기회”라며 “말이 통하기 때문에 (야당이)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도와줄 것 도와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발목잡는 야당이 아닌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 정당정치 복원이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우려도 존재한다. 이 대표 본인은 “기회의 차별을 제거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14일 MBC라디오)”지만, ‘여성 할당제 폐지’를 내세우면서 ‘안티 페미니즘’의 선봉이 돼버렸다. 또, 그가 내세운 ‘능력주의’를 두고 ‘경쟁 지상주의’를 신봉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트럼프식 보수 포퓰리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변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것이 오히려 ‘보여주기식 극장정치’로 흐를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당내 화합 역시 큰 과제다. 최 교수는 “당내 기득권을 가진 중진들이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갈등요인이 있을 때 이 대표를 흔들거나 반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또, “당대표는 이 대표가 뽑혔지만, 최고위원들 면면을 보면 강성 위주로 뽑혔다. 퇴행적 전당대회 기류가 여전히 존재한 것”이라며 “(세대변화 요구와 동시에) 한 편으로는 보수층이 이 대표를 얼굴마담이나 하라고 뽑은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국정 경험이 전무한 이준석 대표가 과연 중진들과 잘 조화를 이뤄 안정적으로 당을 잘 이끌어갈 수 있겠냐 하는 걱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실언도, 실수도 할 텐데, 엄청난 실책이 있지 않는 이상 변화를 원하는 젊은층, 국민의 다수는 감수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평론가는 “이준석 현상을 너무 과잉해석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잎사귀 하나 떨어졌다고 가을이 왔다고 하긴 다소 이르다”며 “당내 화합과 통합을 어떻게 이뤄내고 어떻게 혁신해갈 것인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