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폐지 추진하다 생계형 예외로…

주택수 등 생계형 기준 어떻게 설정?

계속되는 땜질에 정책 신뢰성 훼손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당정이 정권 초기 장려했던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 내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사실상 제도 폐지를 추진하다 ‘생계형’에 한해서는 예외를 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그 기준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각종 규제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어떻게든 임대사업자에게 돌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도 이어진다.

“다주택 등록하라” 장려할 땐 언제고…오락가락 임대사업자 제도[부동산360]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임대등록사업 제도 개선 방안’에서 등록임대는 건설임대만 유지하고 매입임대는 신규 등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아파트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하고 기존 등록자는 의무임대 기간 종료 후 자동 말소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정책 대상을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로 확대한 것이다.

특위는 매입임대사업자로부터 조기 매물을 유도하고자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혜택을 등록 말소 후 6개월간 인정하고 그 이후에는 정상 과세하기로 했다. 의무 임대기간이 지나면 곧바로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혜택도 없앤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는 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며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장려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매물 잠김을 부추겨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그동안 이 제도가 다주택자의 세금 회피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현재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릴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매물 출회를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특위는 최근 생계형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유지하고 신규 등록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는 임대사업자의 반발에 더해 다세대·다가구 임대사업자는 고령의 은퇴자들이 생계형으로 임대업을 하는 경우가 다수라는 점이 고려됐다.

이런 방식으로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집값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전월세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매매시장에 임대사업자 매물이 풀릴 수 있지만, 그만큼의 임대시장 매물 감소로 이어진다”며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다주택 등록하라” 장려할 땐 언제고…오락가락 임대사업자 제도[부동산360]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

현재는 특위는 생계형 임대사업자의 기준으로 주택수, 임대소득총액, 임대주택 공시지가 총액 등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최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5채 미만을 가지고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생계형으로 소규모 임대하는 경우 특별히 그 제도는 계속 유지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보유한 주택의 수가 5채 미만이고 임대사업자의 연령이 60세 이상이면 생계형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생계형과 비생계형을 나누는 기준부터 모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주택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다가구는 최대 19가구를 1채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세대 등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부가 장려했던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잇달아 ‘땜질’하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이달 초 “정부가 공공임대만으로는 임대시장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며 2017년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사회보험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임대주택등록 의무화까지 추진했는데, 이제 와서 임대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정책을 신뢰하고 따른 임대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목소릴 높였다.

지난 2017년 8월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다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고 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정책이라고도 소개했다. 그러나 집값이 치솟고 그 배경에 다주택자의 투기 수단으로 변질한 이 제도가 있었다는 비판이 일자, 2018년 9·13 대책 이후 세제 혜택을 축소했다. 지난해 7·10 대책 때는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매입 임대(8년) 제도를 폐지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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