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웹툰이 잘 나갈 때…” 만화작가 1700명 구글 수수료 인상에 ‘분통’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하필이면 전 세계인이 K-웹툰을 주목하고 있는 이때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는 전도유망한 산업의 싹을 도려내는 계기가 될 게 분명합니다.”

웹툰 업계가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에 반대성명을 냈다.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인앱결제 시스템 의무화(수수료 30%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앞서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웹소설산업협회에 이어 한국만가화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도 이날 구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11일 사단법인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K-웹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에 반대’ 성명을 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1500명 이상의 원로 및 기성작가들이 한국웹툰작가협회는 200여명의 현역 작가들이 소속됐다.

만화업계는 수수료 30%인상이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이며 웹툰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 내다봤다. 협회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에 따라 현재 웹툰 작가를 꿈꾸는 수십만 작가 지망생과 신인 작가 활동 기회가 박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수수료 강제화는 웹툰 콘텐츠 매출 감소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곧 창작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다.

“하필 웹툰이 잘 나갈 때…” 만화작가 1700명 구글 수수료 인상에 ‘분통’

특히 웹툰이 글로벌 시장서 각광받는 시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 지적했다. 협회는 “하필이면 전 세계인이 K-웹툰을 주목하고 있는 이때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는 전도유망한 산업의 싹을 도려내는 계기가 될 게 분명하다”고 날을 세웠다.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이 한목소리로 우려하는 대목은 산업 생태계 붕괴다. 앞서 성명서를 발표한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와 웹소설산업협회도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를 비롯한 젊은 작가들의 피해를 예상했다. 수수료 인상은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인한 콘텐츠 결제 감소로 직결돼 인력 축소가 불가피해진다는 논리다.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가 시행되면 막대한 수수료가 구글에게 넘어간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글의 수수료 정책 변화로 인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최대 1조397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웹툰·웹소설 창작자들은 ‘구글 인앱결제 방지 법안’을 통과시켜 생태계 파괴를 막아달라고 호소한다.

현재 국회에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앱마켓 사업자가 입점 업체들에 특정 결제 수단 사용을 강제하는 것을 막고, 앱 개발사에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인앱결제 의무화 시행이 4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법안 통과는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서 여야 모두 입법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규제에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주미한국대사관을 통해 ‘구글 갑질 방지법’ 관련 우려를 전달하는 등 미국 정부 차원의 압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3월 구글이 연 매출 100만 달러(11억 원)이하 기업에는 절반(15%)만 받겠다고 꼬리를 내린 뒤 법안도 표류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