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돈 언제 다 쓰나?” 택진형 넘어선 ‘병규형’ 얼마나 벌었길래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크래프톤 시가총액 23조원…넥슨(22조원), 엔씨소프트(18조원), 넷마블(12조원) 다 제쳤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의 개발사 크래프톤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강병규 의장이 국내 게임업계 최대 부호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이 국내 게임사 최고 몸값 자리를 꿰찼다. 아직은 기업공개(IPO)를 마치기 전이라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장외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기준으로 했지만, 통상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국내 대표 게임사로 인식해 왔던 기존의 구조가 깨진 것은 분명하다.

기대 만큼의 몸값을 실제 상장 이후에도 유지한다면,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3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택진형’으로 불리는 게임업계 대표 부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자산 규모를 넘어서는 셈이다.

크래프톤, 예상 몸값 20조원 이상…상장 눈앞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이르면 이달 중 국내 증시 상장과 관련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지난 4월 초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고, 전날인 11일 상장예비심사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르면 내달 중에는 상장을 마치고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을 20조~30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주가는 약 54만원으로, 이를 반영한 시가총액은 약 23조3000억원 규모다.

“그 많은 돈 언제 다 쓰나?” 택진형 넘어선 ‘병규형’ 얼마나 벌었길래

현재 기대감 그대로 상장에 성공한다면,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업계 최고 시가총액을 자랑하게 된다. 11일 종가 기준 엔씨소프트(18조4600억원), 넷마블(12조1000억원)은 물론 1위인 넥슨의 시가총액(2조2600억엔, 약 22조9700억원)까지 모두 넘어서는 것이다.

성공적 IPO 마치면 장병규 의장 ‘부호’ 반열

크래프톤의 IPO는 게임 업계에서 또 한 명의 부호가 탄생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크래프톤의 대주주는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으로, 지난 1분기 말 기준 지분율은 16.4%다.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지분율은 35.7%까지 높아진다. 전체 상장주식수의 20%가량이 공모주로 새로 발행된다 하더라도, 시가총액 23조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장 의장의 주식 가치는 3조원 이상이다.

“그 많은 돈 언제 다 쓰나?” 택진형 넘어선 ‘병규형’ 얼마나 벌었길래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크래프톤]

앞서 먼저 부호 반열에 오른 ‘3N’ 오너들의 자산 규모는 얼마나 될까.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와 그의 가족은 넥슨 지배구조의 정점인 NXC 지분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NXC가 넥슨 일본법인의 지분을 약 48.0%를, 다시 넥슨 일본 법인이 넥슨코리아를 100% 지배하는 구조다. NXC를 통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정확한 지분 가치를 추정하긴 어렵지만, 넥슨 일본법인의 지분 가치만 11조원이 넘는다. 이미 2년 전 김정주 대표가 NXC 지분 처분을 추진했을 때 10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특수관계인과 함께 엔씨소프트 지분을 약 12.0%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을 감안한 주식 가치는 약 2조2000억원으로 계산된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경우 회사 지분을 24% 보유하고 있고, 이는 약 2조7000억원 규모다.

심상찮은 ‘배그’ 성장세…실적도 정상 올라

크래프톤이 3N 게임사를 위협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만이 아니다. 실적 면에서도 명실상부한 대표사로 자리잡고 있다.

“그 많은 돈 언제 다 쓰나?” 택진형 넘어선 ‘병규형’ 얼마나 벌었길래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으로 77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넥슨(매출 영업이익 각각 3조1306억원, 1조1907억원), 엔씨소프트(2조4162억원, 8248억원), 넷마블(2조4848억원, 2720억원)과 비교해 외형 면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이익 규모와 수익성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지난 1분기에는 격차를 더 좁혔다. 크래프톤은 지난 1분기 매출 4610억원과 영업이익 2272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크래프톤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크래프톤은 2018년 출시 후 전 세계 누적 가입자 10억명 이상을 끌어모은 배틀그라운드를 활용한 차기작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이날부터 미국에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한다. 미국과 중국에 이은 거대 시장 인도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사전 예약 이틀 만에 1000만명, 2주 만에 2000만명을 돌파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많은 돈 언제 다 쓰나?” 택진형 넘어선 ‘병규형’ 얼마나 벌었길래
크래프톤은 12일부터 미국에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한다.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IP 외에도 크래프톤은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 프로젝트명 ‘카우보이’,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의 게임 및 2차 창작물 제작 등에도 나서고 있다. 메신저앱 ‘비트윈’을 인수하고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와 협업하는 등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력 확보도 꾸준하다.

한편, 크래프톤은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한 기부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에는 임직원이 내는 기부금만큼 기업에서도 같은 금액을 후원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카이스트(KAIST)에 110억원의 기부금을 약정했다. KAIST 전산학부 졸업생인 장병규 의장은 지난해 1월에도 학교에 100억원의 발전기금을 기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