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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 게이츠, 껍데기 회사로 농지 투자…우주서 보이는 감자밭 소유
맥도날드의 후렌치 후라이로 가공
투자사 통해 매입, 땅값 상승 기여
총 소유 농지 면적, 뉴욕보다 커
젊은 영농인 농지 소유 어렵게 해
빌 게이츠가 일부 소유한 것으로 미 NBC방송이 보도한 워싱턴주 100서클(Circle)팜의 모습. 여기에서 생산된 감자는 맥도날드 감자튀김의 재료로 공급된다. [구글맵]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미국 전역에 소유한 농지가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에서 파는 감자튀김, 세계 최대 당근 생산자가 내놓는 당근, 양파의 산지(産地)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미 NBC방송이 보도했다. 지난달 초 이혼 발표를 하고 재산 분할이 진행될 게이츠 부부는 1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미 18개 주(州)에서 뉴욕시 전체 면적보다 큰 26만9000에이커(약 1088㎢)를 사들였다면서다.

NB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체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게이츠 부부가 워싱턴에 있는 투자사 캐스케이드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이같은 농지를 매입·소유하고 있거나 했다고 전했다.

게이츠 부부의 농지 소유 현황을 보면 루이지애나주 북부에 있는 7만에이커에선 대두·옥수수·쌀을 재배하고 있다. 네브라스카주의 2만 에이커 땅에선 대두를 키운다.

게이츠 부부는 이후 조지아주에서 6000에이커의 농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팔았다고 NBC는 전했다.

게이츠 부부는 워싱턴주엔 1만4000에이커 이상의 농지를 갖고 있는데, 우주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감자밭이 포함돼 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감자의 일부는 맥도날드의 감자튀김으로 가공된다고 했다.

캐스케이드인베스트먼트는 2012년부터 조지아주 남부에서 가족 농장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 농장 가운데 하나인 스탠리팜은 양파 생산을 전문으로 하고, 또 다른 농장 코긴스팜은 당근 재배에 주력하고 있다. 케스케이드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이들 두 회사를 합쳐 제너레이션팜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300에이커를 포함한 토지의 일부는 2019년 세계 최대 당근 생산업체에 매각됐다고 한다.

NBC는 자선활동과 기후변화 대응으로 유명한 게이츠는 미국 내 농지 투자를 지구를 구하려는 계획 가운데 하나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빌 게이츠는 지난 3월 자신의 저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홍보 행사에서 “내 투자 회사가 그걸(농지 투자) 하기로 했다”며 “기후와 관련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걸 적시하면서다.

게이츠는 미 농지의 주요 소유자이지만 이는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땅을 갖고 임대하는 농지 2억2800만에이커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NBC는 전했다.

[로이터]

그러나 이런 상황은 곧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미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농지의 40%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더 많은 농지가 매매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 땅이 농업에 투신하려는 젊은 농부에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도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미 농림부에 따르면 농지의 평균 부동산 가치(인플레이션 조정치)는 1993년 이후 상승했다. 1990년대 중반엔 에이커당 1500달러 미만이었는데 지난해엔 3000달러 이상이 됐다. 미 농지의 절반 이상은 땅이 없는 농부가 임대해 쓰고 있다.

주식 시장이 하락해도 땅값은 떨어지지 않아 투자자들이 위험회피 전략으로 농지를 구매한 것으로 분석되는 지점이다.

캐스케이드인베스트먼트는 미국 내 농지 인수에 관한 관심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회사 대변인은 지속 가능한 농업을 매우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NBC는 전했다.

기록에 따르면 캐스케이드인베스트먼트는 미 전역에 있는 최소 22개에 달하는 명의만 있는 회사를 통해 농지를 구입했다. 이런 껍데기 회사는 게이츠 부부가 소유한 농지의 위치와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고 NBC는 지적했다.

게이츠 부부가 토지를 소유한 모든 주에선 복잡하게 얽힌 명의만 있는 회사가 줄줄이 엮여 나오는데, 문서 상엔 캐스케이드인베스트먼트가 소유주로 적시되진 않았지만, 주소는 이 투자사가 위치해 있는 워싱턴으로 돼 있다고 한다. 가끔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자선단체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의 이메일 주소도 등장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빌 게이츠가 엄청난 규모의 농지를 소유했기 때문에 젊은 영농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점에 NBC는 주목했다. 조너선 힐라딕 농촌문제센터 정책국장은 “빌 게이츠나 다른 투자사가 농지를 소유하면 농부는 임대해 경작할 수 밖에 없고, 토지 소유로 인한 혜택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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