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6일 오후 2시 주거침입 사건 공개변론
공동거주자 중 1인 동의시 주거침입죄 여부 쟁점
검찰·피고인 측 참고인 각각 법정서 진술 예정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배우자가 집에 데려온 불륜 상대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놓고 대법원이 이번 주 공개변론을 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 등 주거침입 사건 2건에 관한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9번째 공개변론이다. 변론 과정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번 공개변론의 주요 쟁점은 한 집에 함께 사는 공동거주자 중 1명의 동의를 받고 집에 들어간 경우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주거침입죄를 인정할지 여부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 경우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개변론에선 검찰과 피고인 측 참고인이 각각 법정에서 진술한다. 검찰 측 추천 참고인으론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과 교수, 피고인 측 추천 참고인으론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출석한다. 이들은 대법원에 서면 의견서를 제출했고, 대법정에서 재판부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 등으로 의견 진술을 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관련 기관 및 단체에 의견을 요청해 수렴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다른 거주자가 수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서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자유와 평온을 침해하는 방식이거나, 혼인·가족 생활의 기초가 흔들릴 정도로 불법·비도덕적 목적 내지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밝혔다. 다만 가족 내에서 자율적 해결이 가능하도록 주거침입죄를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 화해 여지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법률구조법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공동거주자 중 1인의 승낙을 받았는데도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면 출입에 동의한 다른 거주자의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 주거침입죄를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기혼 여성의 동의를 얻어 이 여성과 남편이 사는 집에 3차례 들어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주거침입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다른 사건에서 B씨는 배우자와 부부싸움을 한 후 집을 나갔다가 한 달 후 부모와 함께 집에 들어가려다 집을 보고 있던 배우자의 동생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현관문 걸쇠를 망가뜨리고 집에 들어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주거침입죄 유죄를 인정해 B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B씨의 부모 두 사람은 1, 2심 모두 유죄로 벌금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