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기업에 대해 잇따라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낮춘 보고서를 내놓으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증권사들은 해당 기업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 간 첨예한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 발표 이후에는 공매도가 집중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가 공매도를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의 시작은 크레디트스위스였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달 25일 LG화학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1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대폭 낮추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맞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은 이달 LG화학에 대해 ‘매수’ 의견과 100만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LG화학의 주가는 이미 배터리 가치를 할인해서 반영 중”이며 “전지 소재의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해 목표주가 120만원을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의 훼손은 없어 보인다.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면서 LG화학의 목표주가를 기존 135만원으로 유지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모건스탠리가 삼성SDI에 대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목표주가를 57만원에서 55만원으로 내렸다. 이후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은 이달 보고서에서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85만원을 유지하며 맞섰다.

이후 금호석유 또한 외국계 증권사의 표적이 됐다. JP모간은 지난 9일 금호석유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목표주가를 34만원에서 18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하나금융투자는 10일 즉각 반론에 나섰다. 하나금융투자는 “수요에 대한 이해와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없는 감(感)에 근거한 미래의 주장에 대해 경계할 시점”이라며 금호석유에 대한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60만원을 유지했다. 이례적으로 ‘감(感)’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JP모간의 분석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에도 외국계 증권사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0일 롯데케미칼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22만원으로 하향했다. 반면 삼성증권과 DB금융투자는 롯데케미칼에 대해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40만원, 34만원을 각각 제시 중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잇따른 매도 리포트는 주가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공매도가 급증하며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이들 기업들은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가 나온 직후 주가가 급락한 뒤 반등을 꾀했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의 10일 종가는 80만7000원으로 보고서가 나오기 전거래일 89만2000원과 비교해 8만5000원(-9.53%) 하락한 상태다.

삼성SDI는 보고서 발간 전 대비 3만원(-4.69%), 금호석유는 1만3500원(-6.05%) 하락했다. 롯데케미칼은 10일 6000원(-2.20%) 떨어졌다.

주가 하락에는 급증한 공매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 해당 종목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보고서가 나오기 전 102억원 수준이던 공매도 거래대금이 나온 다음 날 650억원, 이튿날 845억원으로 폭증했다. 이는 5월 3일 공매도 거래 재개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SDI는 공매도 거래대금이 5월 28일 56억원에서 31일 252억원으로 급증했다.

금호석유의 경우 8일 15억원에서 9일 70억원으로 공매도 거래대금이 불어났다.

롯데케미칼도 10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73억원으로 전날 33억원 대비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pink@heraldcorp.com